시세의 반값에 공급되는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전세로 눌러앉는 이들이 늘면서 전셋값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 전셋값이 먼저 상승하기 시작하더니 시차를 두고 성동 마포 등 강북 전셋값도 가세하는 모습이다.

10일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59㎡의 전세 매물이 지난달 12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6월 10억원, 7월 11억원에 전세거래된 주택형이다. 전셋값이 2개월 새 2억원이나 뛰었다. 반포동 D공인 관계자는 “시세의 반값에 공급되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를 기다리면서 전세로 눌러앉는 이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도 비슷하다. 이 아파트의 전세 실거래가는 지난 6월 7억5000만~8억5000만원이었다. 7월에 8억~8억6000만원으로 오르더니 지난달에는 8억3000만~9억원까지 치솟았다. 현재 호가는 8억5000만~9억원에 형성돼 있다.

강북까지 전셋값 상승세가 번지고 있다.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힐스테이트 전용 117㎡ 전셋값은 지난 4월 대비 1억6000만원 올랐다. 4월 8억9000만원에 거래됐다가 이달 10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2단지 전용 59㎡ 전세 물건은 7월 5억4000만원에 거래됐다가 이달 6억원으로 뛰었다. 아현동 J공인 관계자는 “전세를 연장하는 사람이 많아져 매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계를 보면 강남권 전셋값 상승세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 5~6월 시작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구의 주간 전셋값 변동률은 5월 넷째주에 상승전환해 지난 15주 동안 내리 올랐다. 서초구는 6월 셋째주부터 12주 연속 상승했다. 8월 둘째주에는 주간 상승률이 0.2%까지 치솟기도 했다. 작년 10월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서울 전체 전셋값 변동률도 7월 첫째주(변동률 0.01%) 상승전환했다. 오름폭은 점점 커져 9월 첫째주에는 0.05% 올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로또청약’에 대한 기대로 매매 수요가 매매 대기로 전환돼 전세 수요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