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심 위주로 던지던 송은범, 슬라이더 비율 높여
위기의 순간, 류중일(56) LG 트윈스 감독은 주저하지 않고 송은범(34) 카드를 꺼냈다.

송은범은 사령탑의 기대대로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8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 하이라이트였다.

LG는 2-1로 앞선 7회 초, 1사 1, 2루에 몰렸다.

류 감독은 송은범을 마운드에 올렸고, 두산은 옆구리 부상에서 회복 중인 2018년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김재환을 대타로 내세웠다.

LG 팬들은 송은범을, 두산 팬은 김재환을 연호하며 잠실구장을 달궜다.

승자는 LG와 송은범이었다.

송은범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김재환을 1루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이어진 2사 1, 2루에서도 송은범은 허경민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해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이날 송은범은 공 4개를 던져 ⅔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눈에 띄는 점은 볼 배합이었다.

송은범은 슬라이더만 4개를 던졌다.

우완 투수가 좌타자에게 던지는 슬라이더는 바깥쪽에서 몸쪽으로 휘어간다.

제구가 흔들리면 장타로 연결되기 쉬운 공이다.

하지만 LG 포수 유강남은 좌타 거포 김재환의 타석에서 송은범에게 슬라이더를 주문했고, 송은범은 슬라이더 2개로 김재환을 막아냈다.

경기 뒤 유강남은 "송은범 선배의 슬라이더는 예전에도 좋았고 지금도 좋다.

좌타자를 상대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공"이라고 말했다.

슬라이더는 과거 송은범의 주 무기였다.

그러나 투심 패스트볼을 장착한 지난해부터 송은범은 슬라이더를 아꼈다.

2018년 송은범은 투구 수의 90% 이상을 투심으로 채웠다.

투심만으로도 7승 4패 10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50으로 호투하며 한화 이글스 불펜의 핵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투심의 각이 작아지며 성적이 떨어졌고, 7월 28일 한화에서 LG로 트레이드됐다.

송은범은 LG 이적 후 보폭을 5∼10㎝ 넓히며 릴리스 포인트 높이를 5㎝ 정도 낮췄다.

자연스럽게 투심의 각도가 커지면서 자신감도 자랐다.

여기에 슬라이더 비중을 높였다.

투심의 반대 방향으로 휘는 슬라이더를 자주 던지면서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올 시즌 송은범의 슬라이더 구사율은 45.8%, 투심 구사율은 43.7%다.

슬라이더 구사율은 LG 이적 후 급증했다.

두 구종의 조화가 송은범의 반등 요인이 됐다.

올 시즌 송은범의 성적은 4패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4.59로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진다.

그러나 LG 이적 후에는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3.38로 회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