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허리케인 '도리안'이 앨라배마에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주장해 구설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끝내 고집을 꺾지 않았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 들어온 기자들에게 앨라배마도 도리안의 피해 예상 지역에 있다는 주장을 입증할 지도를 내밀었다.

지난달 29일 허리케인의 예상 경로를 나타낸 국립기상청의 첫 지도였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손질을 가한 것이 문제였다.

검정 펜으로 플로리다주의 경계를 넘어서 앨라배마의 남부까지 피해 범위를 표시하는 선을 그어놓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지도를 근거로 "플로리다주는 정말 아주, 아주 운이 좋았다"면서 허리케인이 "멕시코만을 향하고 있었고 이는 당초 예측한 바였지만 오른쪽으로 선회했고 결국은 바라건대 우리로서는 다행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해당 지도에 가필한 점을 따져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난 모른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당초 예보에는 앨라배마가 들어 있던 것으로 안다는 궁색한 답변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이 지도가 작성됐던 29일 이후 국립허리케인센터가 앨라배마주를 예상 경로에 포함시킨 적은 전혀 없었다.

30일밤과 31일 오전의 예보에서만 극히 일부 지역을 예상 경로에 포함시켰지만 31일 정오 무렵에는 앨라배마주 접근을 예상하지 않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도리안의 예상 경로 문제로 추궁을 당한 것은 본인이 자초한 것이다.

지난 1일 트윗과 백악관 브리핑,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방문한 자리에서 앨라배마주가 피해 예상지역에 있다는 말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다음날 언론에서 잘못된 주장이며 실수라고 꼬집자 "특정한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앨라배마가 어느 정도 타격을 받았을 수 있다는 것이 사실상 정확한 것"이라는 반박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앨라배마도 허리케인 타격' 가필한 지도로 브리핑한 트럼프
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꺼내든 지도가 고쳐졌다는 소식이 트위터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에 종전 주장을 굽히지 않겠다는 트윗을 재차 올렸다.

그러면서 지난달 28일 도리안의 수많은 경로들을 예측한 초기 모델이라는 사진도 함께 올렸다.

사진에서 표시한 다수의 예상 경로들 가운데 일부는 미시시피, 루이지애나주까지 뻗어있었고 심지어는 도리안이 멕시코만으로 향하는 경로도 포함돼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들이 볼 수 있듯 거의 모든 모델은 도리안이 플로리다주를 통과하고 조지아와 앨라배마도 타격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다"면서 "나는 가짜 뉴스에 대한 사과를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앨라배마는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큰 표차로 누르고 압승한 곳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