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반 전문가 "원래 바다였던 곳에 흙 퇴적돼 만들어진 땅"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도를 보르네오섬으로 이전하겠다고 결정한 데는 자카르타가 침몰 중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5일 인도네시아 정부 자료에 따르면 북부 자카르타 해안지역은 연평균 7.5㎝∼13㎝씩 가라앉는 상황이다.

심한 곳은 1년에 18㎝나 침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이면 오는 2030년에는 북부 자카르타의 90%인 1만2천500㏊가 해수면 아래로 내려간다.

북부 자카르타 해안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바닷물이 제방을 넘어 들어오는 일이 만조때 반복해서 벌어진다.

도심지 배수 체계 부족으로 내륙의 빗물이 잘 빠져나가지 않는 데다 바닷물까지 넘어 들어오니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카르타의 지반이 침하하는 이유를 분석한 결과 지하수 추출이 75%를 차지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건물 하중과 지각운동도 요인으로 나타났다.

전상옥 한국농어촌공사 지반전문가는 이날 연합뉴스에 "자카르타는 원래 바다였던 곳에 수십만 년 동안 흙이 퇴적돼 만들어진 땅"이라며 "지표면에서 암반까지 거리가 통상 1㎞에 이르다 보니 지하수를 추출하면 땅이 침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카르타의 상수도 보급률은 65% 정도라서 지하수 추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카르타 지반침하와 함께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인근 수면이 1년에 8㎜씩 상승하고 있다"며 "자카르타뿐만 아니라 스마랑 등 자바섬 북부해안에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수해 방지를 위해 자카르타 북부 해안에 대방조제를 건설하기로 하고, 농어촌공사에 타당성 조사와 기본설계를 맡겨 지반전문가인 전씨를 비롯해 10여명이 파견 근무 중이다.

이들은 새만금방조제 설계 기술을 적용해 자카르타 대방조제 기본설계를 내년 2월까지 내놓을 예정이다.

대방조제 건설 사업과 별개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섬의 동(東) 칼리만탄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카르타의 인구과밀과 대기오염, 지반침하 문제로 인해 오래전부터 수도 이전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