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가 브라질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 들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4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바첼레트 최고대표는 이날 제네바에서 한 기자회견을 통해 브라질의 인권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면서 사실상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칠레 대통령을 역임한 좌파 성향의 바첼레트 최고대표는 브라질에서 경찰 폭력이 증가하고 과거 군사독재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인권운동가들이 위협받는 등 민주주의 공간이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바첼레트 최고대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가 1964년 군사 쿠데타를 축하하는 행사를 한 것을 두고 "이들이 법 위에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고 말했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국제기구의 수장이 특정 국가 정부와 충돌하지 않는 전통을 고려할 때 바첼레트 최고대표의 발언은 브라질의 민주주의 상황에 대한 매우 강력한 경고라고 해석했다.
바첼레트 최고대표 발언은 이달 하순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앞두고 있고, 브라질이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임기 연장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리아에서 기자들을 만나 바첼레트 최고대표의 발언을 즉각 반박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바첼레트 대표는 브라질에서 많은 사람을 살해하는 경찰관들을 처벌하지 않는다고 나를 비난하고 있지만, 이것은 그의 주장일 뿐"이라면서 "그는 부랑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첼레트 최고대표가 군사 쿠데타 축하 행사를 비난한 데 대해서는 "칠레에서 1973년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좌파를 물리치지 않았다면 칠레는 지금 쿠바가 돼 있을 것"이라며 칠레의 독재자 피노체트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바첼레트 최고대표는 피노체트 정권 당시 고문 피해자이기도 하다.
공군 장성이었던 부친 알베르토 바첼레트도 살바도르 아옌데 좌파정권 전복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고문을 당하다 1974년 2월 50세 나이로 옥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