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감소 대비 생산능력 억제 추진, 주요국 설비투자 증가율 둔화
업계 '예측불허 관세율 변화에 투자엄두 안난다'


보복이 보복을 부르는 이전투구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세계 제조업 부문의 설비투자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기업들이 수요 둔화에 대비, 생산능력 억제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3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2·4분기 제조업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대비 6.9%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 분기별 설비투자가 감소한 것은 2017년 2분기 이후 2년 만이다.
이 기간 전산업의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지만 증가폭은 전년 동기 대비 4.2% 포인트 축소됐다.

제조업의 감소가 특히 두드러졌다.

비제조업은 7.0% 증가했다.

스마트폰 등의 수요가 둔화한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이 겹쳐 생산능력을 억제하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정보통신기계는 전년 동기 대비 43.4% 급감했다.

기업들은 무역전쟁 격화에 대비하고 있다.

유수의 공작기계 메이커인 마키노(牧野)후라이스제작소 간부는 "관세율이 빈번하게 바뀌는 상황에서는 의심이 의심을 불러 투자의욕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가미(野上宰門) 닛폰(日本)정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앞날을 내다볼 수 없어 설비투자 안건 일부를 보류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비제조업의 설비투자는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노린주킨(農林中金) 종합연구소 미나미 다케시(南武志) 주임연구원은 "인력부족이 심각한 비제조업 분야에서는 인력수요를 줄이기 위한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 1-7월 중국의 제조업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에 그쳤다.

작년 연간 설비투자 증가율이 9.5%였던 점을 고려하면 크게 감소한 수치다.

차세대 통신규격인 '5G' 등 중국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첨단기술분야의 투자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무역마찰에 따른 관세회피 차원에서 투자를 동남아시아로 옮기는 움직임도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의 4-6월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연율 0.6% 감소해 약 3년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세계적 반도체 메이커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올해 8월 설비투자를 당초 계획보다 축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철강분야에서도 유에스스틸 등의 감산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같은 기간 독일의 기계·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지만 이는 1-3월의 2.7%에 비해 둔화한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 경제전망이 불투명해 기업의 투자심리가 냉각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월에 호황과 불황의 분기점인 50을 3년만에 하향 돌파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제조업의 심리 악화가 앞으로 세계의 설비투자 의욕을 더욱 후퇴시킬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