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행위 유야무야 넘어가면 오히려 국가 경쟁력 훼손" 여론전 가열
SK 사과 등 전제조건으로 대화 가능성…총수 등판론은 '거부'
LG화학 "소송戰 '국익훼손' 비난은 어불성설…대화한다면 CEO가"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전기차 배터리 관련 소송은 자사의 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소송이라며 "SK이노베이션이 이 소송을 '국익훼손'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은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담판을 지어야 해결이 된다는 '총수 등판론'은 일축했다.

LG화학은 3일 "그간 SK이노베이션의 비방과 여론 호도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하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을 통해 진실을 밝히는 데 집중하려 했으나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며 추가 입장자료를 냈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2년간 LG화학 인력 100여명을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빼가고, 이 과정에서 핵심 기술이 유출됐다는 게 LG화학의 기본 입장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은 경력직 공개채용 방식을 이용했지만, 실제로는 헤드헌터와 전직자들을 통해 특정분야 인력을 타깃으로 입사를 적극적으로 권유했다"며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채용절차를 통해 선발한 인원을 해당 직무 분야에 직접 투입해 2차 전지 개발·수주에 활용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LG화학은 ▲ SK이노베이션이 서류전형을 통과한 인원에게 LG화학 재직 시 참여한 프로젝트와 함께한 동료 전원 실명을 쓰도록 하고 ▲ 면접전형에서 LG화학에서 습득한 기술이나 노하우 등을 집중적으로 질문한 사실 등을 계획적 인력 유출과 영업 비밀 침해 근거로 들었다.

LG화학 "소송戰 '국익훼손' 비난은 어불성설…대화한다면 CEO가"
또한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 제소당한 후에야 "채용 과정에서 입수한 이직자들의 입사 지원서는 파기했다"고 밝히는 것은 합리적 해명이 아니라면서 구체적인 사유와 경위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LG화학은 "ITC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소송 절차가 신속하고 강력한 증거 개시 절차가 있어서 증거 은폐가 어렵다는 장점 때문이고, 소송 제기 이후 정부로부터 핵심기술 수출도 승인받았다"며 "SK이노베이션이 해외에서의 소송 제기에 대해 국익 훼손, 기술 유출 우려 등 근거 없는 주장을 하는 것은 국제 사법기관의 신뢰성과 LG화학의 의도를 고의로 폄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LG화학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명백히 우리인데 SK이노베이션이 비방·여론호도로 적반하장 행위를 하며 소송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본질은 30여년 간 쌓아온 자사의 핵심기술 등 권리를 보호하고 건전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강조했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이 사익 추구를 위해 한 부당행위를 '국익훼손' 프레임으로 호도해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해외 경쟁사들도 이를 악용해 장기적으로 영업비밀 유출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선도적인 기술 개발 활동이 보호를 받지 못하면 오히려 국가 경쟁력도 훼손된다"고 반박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동시에 자사를 상대로 엄포성 발언을 하는 점을 보면 대화 진의가 의심스럽다며 "간접적 대화 의사만 표명했을 뿐 단 한번도 직접적 대화 요청은 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LG화학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SK이노베이션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손해배상 방안 논의 등을 재확인하면서 "이 의사가 있다면 언제든 대화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은 대화의 주체를 소송 당사자인 양사 최고경영진으로 특정하면서, 그룹 총수끼리 만나야 해결이 된다는 업계 일각의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