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한 아파트, 실거래가보다 2억원 이상 높은 하한선 공고
대전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실거래 가격보다 2억원 이상 높게 아파트 매매 가격 하한선을 정해 '담합' 의혹을 사고 있다.

아파트 가격 상승을 노린 주민들의 이기주의가 가격 왜곡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대전시 서구 둔산동 한 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최근 단지 내 곳곳에 '아파트 가격 저평가에 대한 입주민 협조'라는 제목의 공고문을 게시했다.

A4 용지 한 장 분량의 공고문에는 '둔산지역 최고가를 자랑하던 아파트가 최근 주변 아파트보다 저평가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어 녹지 공간 및 체육시설, 백화점과 대형마트, 도서관 및 금융기관, 각급 학교가 인접해 있고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인근 다른 아파트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32평형의 경우 4억8천만원, 23평형은 3억4천만원 등 아파트 매매 가격 하한선을 정한 뒤 그 밑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파트 가격 담합은 시장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입주민만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카페나 단체 대화방 등을 통해 가격을 논의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아파트처럼 가격 담합을 조장하는 글을 공개적으로 게시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특히 공고문에 적힌 이 아파트 가격 하한선은 실거래가보다 최대 2억원 이상 높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조회 결과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이 아파트 32평형은 2억2천800만∼3억3천500만원, 23평형은 1억7천200만∼2억1천500만원에 거래됐다.

주민들이 인위적으로 아파트 가격을 올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구매자가 받을 수밖에 없다.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는 "가격 정보가 비교적 투명해진 요즘엔 담합 행위가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입주민들의 이런 행위가 단기적으로는 시장 가격을 왜곡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아파트 가격이 왜곡돼 상승하면 집 없는 서민이나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사람들이 집을 사는 게 더욱더 어렵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해당 아파트 한 입주자대표는 "우리 아파트 가격이 인근에서 가장 높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주변 아파트보다 낮게 거래되고 있다"며 "주변 인프라 등을 고려할 때 이 정도 가격은 받아야 한다는 주민 공감대를 거쳐 공고문을 게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