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마지막 황제이자 프로이센의 왕이었던 빌헬름 2세의 후손들이 왕실의 보물과 재산을 반환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빌헬름 2세의 후손들인 호엔촐레른 가문 대표들과 독일의 문화 재단 등은 왕실 유산 문제에 관해 2013년부터 비밀스러운 협상을 벌여왔던 사실이 최근 독일의 언론 슈피겔의 보도로 알려졌다.
호엔촐레른 가문이 과거 빼앗긴 자신들의 보물과 재산을 되돌려줄 것을 프로이센문화유산재단 등에 요구한 것이다.
호엔촐레른 가문은 1701년부터 독일을 통치했던 프로이센 왕국의 지배 세력이었지만, 1918년 1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몰락했다.
이후 호엔촐레른 가문은 아무런 보상 없이 왕실 재산을 빼앗겼다가 1926년 수십 개의 성과 저택 등은 돌려받았다.
이 가운데는 1945년 2차 세계대전 전승국들이 모여 전후 독일의 운명을 결정했던 포츠담 회담이 열린 세실리안호프 궁전도 있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망하자 호엔촐레른 가문은 또 다시 당시 소련에 왕가의 자산을 모두 몰수당한다.
자산 대부분이 소련의 통치권 내에 있었기 때문이다.
1990년 독일 통일 뒤부터는 정부 소유의 프로이센문화유산재단, 독일 역사박물관 등이 세실리안호프 궁전을 포함해 호엔촐레른 가문이 남긴 보물과 재산 대부분을 관리해왔다.
호엔촐레른 가문의 왕가 재산 반환 요구에 대한 독일내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볼프강 티에르세 전 독일 하원의장은 호엔촐레른 가문의 행동을 "뻔뻔하다"고 비판했고, 크리스티안 게르케 브란덴부르크주 재무장관은 "수용할 수 없는 주장으로 자신을 소외시켰다"고 지적했다.
호엔촐레른 가문의 변호사는 소련으로부터 재산을 몰수당한 사람들은 보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독일 법률에 근거해 반환 요구는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나치 정권에 협력한 사람들의 경우 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데, 일부 학자들은 왕가와 나치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에든버러 대학의 역사학자 슈테판 말리노프스키 교수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빌헬름 2세의 아들과 나치당 사이에 매우 강한 연관성이 있다는 논쟁이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