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된 방식으로 적용 가능" vs "외국자본 모두 떠날 것"
'인터넷 봉쇄' 소문 나돌아…친중파에서도 '긴급법 반대' 목소리
홍콩 정·재계, 시위 진압에 '긴급법' 적용 놓고 갑론을박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시위 진압에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를 적용하는 방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의 자문기구인 행정회의 버나드 찬(陳智思) 의장은 전날 한 포럼에서 긴급법 적용을 거론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홍콩 정부가 긴급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정부는 폭력과 혼란을 멈출 수 있는 법적 수단을 제공하는 홍콩의 모든 법규를 검토할 책임이 있다"고 밝혀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긴급법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거나 공중의 안전이 위협받을 때 행정장관이 홍콩 의회인 입법회 승인 없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공중의 이익에 부합하는 법령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 법규이다.

긴급법이 적용되면 행정장관은 체포, 구금, 추방, 압수수색, 교통·운수 통제, 재산 몰수, 검열, 출판·통신 금지 등에 있어 무소불위의 '비상대권'을 부여받는다.

찬 의장은 홍콩이 긴급법을 적용할 정도의 상황에는 전혀 이르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도 "우리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그것은 절제되고, 공정하고, 합법적일 것"이라고 말해 그 적용 가능성은 열어뒀다.

그는 "우리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우리는 금융 중심으로서 홍콩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터넷 전면 봉쇄는 미친 짓이며, 이는 홍콩 기업인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홍콩 정부가 긴급법을 발동해 시위대가 활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 등을 전면 봉쇄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진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홍콩인터넷기업협회는 전날 긴급 성명을 내고 "인터넷의 개방성에 제한을 가한다면 이는 홍콩의 개방된 인터넷 시대의 종말을 뜻하며, 어떠한 글로벌 기업도 홍콩에서 비즈니스나 투자를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찬 의장은 이달 초 좌담회에서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판공실 장샤오밍(張曉明) 주임이 홍콩 시위와 관련해서 한 발언에 대해 "중앙정부의 메시지는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이 위기를 끝내는 것은 홍콩 정부에 달려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당시 장 주임은 "홍콩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며 홍콩 행정장관에게 계엄령 발동 권한을 부여한 '공안조례'를 거론했다.

란콰이퐁(蘭桂坊) 그룹을 이끄는 기업가 알란 제만은 콘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긴급법이 적용되면 홍콩 기업들에 타격이 오겠지만, 정부가 이를 대안으로 검토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캐리 람 장관은 폭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 것으로, 지난 주말에는 정말로 끔찍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이 벌어져 86명이 체포됐다.

화염병과 벽돌 등을 던지는 시위대에 맞서 홍콩 경찰은 물대포를 처음으로 시위 현장에 투입했고, 실탄 경고사격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친중파 진영에서도 긴급법 적용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친중파 정당인 자유당을 이끄는 펠릭스 청은 전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우리에게 친숙하지 못한 법률을 도입한다면 외국인들이 빠져나가고 투자는 철회될 것"이라며 "이러한 조치가 홍콩에 미칠 영향은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에서 빚어지는 영향보다 더 나쁘다"고 비판했다.

그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억압적인 조처를 한다면 그것은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