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성향' 차이 총통에 정치적 타격 주려는 의도
중국, 대만 단체관광도 중단…"차이잉원 대선 패배 목적"
중국 정부가 대만 개인여행을 금지한 데 이어 단체관광도 사실상 중단하면서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대만 여행업계는 중국 본토 파트너들로부터 베이징, 상하이, 광둥(廣東), 저장(浙江), 닝샤(寧夏), 장시(江西), 쓰촨(四川), 푸젠(福建) 등 8개 지역의 단체관광을 중단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앞서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는 이달 1일부터 47개 도시 주민의 대만 개인여행을 일시 중단한다고 지난달 말 밝혔다.

대만 여행업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연말까지 대만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를 총 30만명 이하로 제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여행사협회 로버트 카오 정책개발위원장은 "지난번 개인여행 중단에 이어 이번 조치가 더해지면 올해 안에 대만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100만명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악화하면서 대만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 2015년 415만 명에서 지난해 260만 명으로 줄었다.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였으나, 이번 조치로 다시 급감할 전망이다.

대만 여행업계는 중국 정부의 대만 여행 중단 조치가 대만에 354억 대만달러(약 1조4천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대만 정부는 동남아 국가 등에서 관광객을 유치해 중국인 관광객을 상쇄한다는 계획이지만, 중국인 관광객의 1인당 소비 규모가 동남아 관광객보다 크다는 점에서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대만을 방문한 697만 명의 관광객 중 중국 본토가 149만 명, 일본이 112만 명, 홍콩이 99만 명, 한국이 62만8천 명을 차지했다.

동남아 18개국과 서구 국가는 154만 명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독립 성향이 강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에게 정치적 타격을 가해 내년 1월 대만 대선에서 패배시키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최근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화하면서 중국이 내세우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주장은 대만에서 인기를 잃었으며, 중국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민진당 소속 차이 총통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그와 맞서는 국민당 후보인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은 차이 총통보다는 상대적으로 친중국 성격이 강하다.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는 대만 여행 제한 조치가 차이 총통과 민진당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달 초 중국 국무원 대만 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중국 관영 TV와 인터뷰에서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의 독립 주장은 본토인이 대만으로 여행할 수 있는 여건을 심각하게 훼손시켰다"며 "민진당은 중국 본토를 향해 끊임없이 적대감을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관영 중국일보는 "관광 매출의 감소는 대만 대선에 파문을 일으켜 대만인들이 과연 분리주의 지도자와 '유령선'에 같이 타고서 앞으로 4년을 더 보내야 할지 생각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