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에 영향 미쳤다 단정 못 해"…공정위 과징금 등 취소 판결
법원 "회계사단체 아파트 회계감사비 인상, 가격담합 아냐"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아파트 회계감사 시간을 늘리도록 한 행위를 '가격 결정'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노태악 부장판사)는 회계사회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 등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주택법이 개정된 2015년부터 300가구 이상의 아파트는 외부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를 앞둔 2013년 회계사회는 회계감사 보수 현실화 등을 목적으로 공동주택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는 아파트당 최소감사 시간을 100시간으로 정했다.

아파트 회계감사 보수는 '타임 차지(time charge)' 방식으로 감사 시간에 시간당 평균임률(평균임금률)을 곱해 결정한다.

따라서 최소 감사 시간을 정하는 것은 가격 하한선을 두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가 회원 회계사들의 가격경쟁을 제한한 '사업자단체의 가격 결정 행위'라고 보고 2018년 시정명령과 함께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실제로 공정위 조사 결과 2015년 평균 감사 시간은 81시간으로 전년 56시간에서 크게 늘었다.

평균보수도 2015년 213만9천원으로, 전년 96만9천원보다 120.7% 증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회계사회가 회원 사업자들의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공정위 제재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회계사회가 최소 감사 시간을 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감사 보수를 타임차지 방식으로 해야 한다거나 시간당 임률(임금률)을 얼마로 해야 하는지까지 정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가격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감사 보수가 크게 증가한 것을 두고도 "2015년부터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의 회계감사가 의무화되면서 수요가 증가한 것이 보수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자 공인회계사회가 최소감사 시간과 관련한 공문을 철회했음에도 평균 보수가 증가한 상태를 유지한 것도 근거로 들면서 둘 사이에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