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세다대 출신 제일교포 3세…"지명 안 될 줄 알고 한국 안 와"
두산행 막차 탄 재일교포 안권수 父 "기적이 일어났다"
"기적이 일어났어요.

"
2020 KBO 신인 드래프트 행사가 끝난 2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만난 재일교포 안룡치 씨와 최일미 씨가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이들은 2차 드래프트 마지막 10라운드에서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지명을 받은 안권수(26)의 부모다.

안권수는 재일교포 3세다.

"할아버지의 나라에서 뛰고 싶다"며 지난 5일 경기도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던 선수다.

일본 명문 와세다대 출신이라는 이력으로도 눈길을 끈 안권수는 일본프로야구 진출을 꿈꾸며 졸업 후 일본 독립리그와 실업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꽤 유망했던 선수였던 그는 주니치 드래건스 입단 기회도 있었지만 막판에 무산된 아픔을 겪었다.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KBO리그 문을 두들겼지만,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트라이아웃에서 허리가 아파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권수는 주루 테스트 중 허리를 잡고 쓰러지기도 했다.

안룡치 씨는 "권수는 지금 일본에 있다.

여기에 왔다가 지명을 받지 못하면 실망하게 되니까 안 왔다.

우리(부모)만 왔다"고 말했다.

안 씨는 트라이아웃에서 테스트를 제대로 받지 못해서 속상했었는데 기적이 일어났다면서 감격스러워 했다.

그는 "권수는 테스트를 받기 30분 전까지 몸이 안 움직였다.

타격을 못 할 상황이었다.

그래도 구단 관계자들이 한 번만 보고 싶다고 해서 테스트를 했는데, 3분 동안 몸이 기적적으로 움직이더라"라고 떠올렸다.

이어 "원래부터 두산에 오고 싶어했는데 지명돼서 기쁘다.

한국에서 혼자 생활해야 하는데 숙소도 잘 돼 있을 것 같다.

아들이 독립리그에서 뛰던 팀 이름도 베어스였다.

인연이 있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안권수는 KBO리그 선수가 된 만큼, 일본에서 하던 일을 정리하고 한국에 올 예정이다.

안 씨는 "권수는 오전에는 패널 공장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야구를 했다, 9∼10월 일본 사회인야구대회가 끝나면 하던 일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어제저녁에 한국에 왔는데 내일 아침에 갈 것이다"라며 일본에 가서 아들을 축하해주고 싶다고 기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