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루트비히 암연구소·스탠퍼드대 공동 연구진 보고서

"MYC 유전자 관련 암 종양, 약점은 높은 지질 합성 의존도"
정상 유전자에 돌연변이, 과도한 단백질 발현, 염색체 전위 등이 생겨 발암성 유전자로 변한 것을 원발암 유전자(proto-oncogene)라고 한다.

원발암 유전자는 세포의 성장과 분열에 작용하는 단백질을 암호화하고, 그런 단백질을 통해 세포의 신호 전달에 관여한다.

인간의 암이 발생하는 데 작용하는 모든 암 유전자 가운데 서열 3위 격인 MYC는 대표적 원발암 유전자이기도 하다.

이런 MYC 유전자가 일으키는 암 종양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결정적 취약점을 미국의 과학자들이 찾아냈다.

암세포의 빠른 증식에 필수적인 지방(fats)과 지질(lipids)을, 주로 세포 내 생성 시스템을 통해 확보한다는 것인데, 이 부분이 항암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표적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연구는 미국 루트비히 암연구소의 과학 부문 디렉터인 치 반 당 박사와 미국 스탠퍼드대의 딘 펠셔(종양학)·리처드 자레(화학) 두 교수가 공동으로 수행했고, 보고서는 저널 '세포 물질대사(Cell Metabolism)' 최근호에 실렸다.

23일(현지시간) 온라인에 공개된 연구 개요(링크 [https://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9-08/lifc-lsi082219.php])에 따르면 MYC의 조절 이상으로 생기는 암세포는, 외부에서 지질을 흡수하지 않고 자체 생성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당 박사팀은 앞선 연구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어떻게 MYC 유전자가 지질 생성을 확대하는지 규명했다.

하지만 MYC가 이를 위해 관련 유전자들을 어떻게 제어하는지는 상세히 밝혀내지 못했다.

지질은 단백질, DNA, 세포막 등을 구성하는 필수 성분이고, 단백질 기능, 대사 반응, 분자 신호 등에도 중요한 작용을 한다.

당 박사는 "성장하지 않는 세포는 혈액을 통해 영양분을 흡수하고, 일부 대사 물질만 자체 시스템으로 생성한다"라면서 "하지만 암세포가 계속해서 급속히 증식하려면 (지질 같은) 세포 구성 요소가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MYC 유전자가 세포막의 SREBP1 단백질과 손을 잡고, 암세포의 지질 합성 속도를 높인다는 건 스탠퍼드대의 펠셔 교수팀이 발견했다.

원래 SREBP1은 정상 세포의 세포막에서 지질 합성을 제어한다.

세포막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게 감지되면 SREBP1은 세포핵으로 이동해 지질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 발현도를 높인다.

그런데 MYC 유전자는 SREBP1 단백질의 발현도를 높인 뒤 함께 관련 유전자들에 달라붙어 지질 합성을 한층 더 가속했다.

마치 SREBP1에 가속 기어를 넣는 것과 비슷했다.

이뿐만 아니라 MYC는, 암세포에서 지질이 합성되는 거의 모든 단계에 개입해 관련 유전자 발현을 사실상 총괄 제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생쥐에 실험한 결과, MYC 조절 이상으로 생긴 혈액암·폐암·신장암·간암 등 종양은 암세포 자체의 지방산 합성에 크게 의존했다.

하지만 초기 단계부터 지방산 합성을 억제하면 암 종양의 크기가 줄었다.

이런 결과는, 암 종양이 생기게 유전자를 조작한 생쥐나, 인간의 MYC 유발 암 종양을 이식한 생쥐나 대동소이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특히, MYC가 여러 종류의 암에 관여하는 원발암 유전자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연구팀은 다른 암 유전자에 의해 생긴 암 종양도 간접적으로 MYC를 자극하면, 초기 단계의 지방산 생성 억제에 약점을 드러낸다는 걸 확인했다.

그래서인지 당 박사의 다음 목표는 이미 정해졌다.

어떤 지질이 생성돼야 한다는 걸 암세포가 어떻게 감지하고, 그런 정보가 어떻게 MYC 유전자의 지질 합성 가속화를 구체화하는지 밝혀내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