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소미아(GSOMIA)라고 불리는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국) 배제에 따른 카드라고 내놓은 것인데 결론적으로 시장에는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와 일본 사이의 정보 교환이 필요한 것은 주로 북한과 관련된 정보다. 우리는 북한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취할 수 있는 정보들이 있고, 일본은 위성을 띄워서 본다는 점에서 또 다르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있다. 그런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굉장히 제한적인데 반해 일본은 6개의 위성과 6척의 이지스함, 17개의 조기경보기, 110여 개의 해상 초계기를 갖고 있어 우리보다 시설적인 면에서 훨씬 정보 수집에 유리하다.

중요한 것은 이 협정이 언제, 왜 맺어졌는지다. 2010년에 처음 맺으려다 안된 이 협정은 2016년에야 체결됐다. 그것도 미국의 필요에 따라 맺어진 것이다. 한국과 일본에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둔 이유는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이고, 그 두 나라 사이에 정보교류가 원활하게 되기 위해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한·미·일 공조라고 하는 틀을 만들어 군사적 동맹의 상징성을 부여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와 일본을 압박해서 둘 사이 억지로 협정을 맺게 한 것은 그럴 만한 필요가 있기 때문이고 정보를 빠르게 얻는 프로세스를 만들어 두기 위한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그 프로세스를 깬 것을 동맹에서 이탈하려고 한다거나 미국의 안보에 대해 신경 써주지 않는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외국인의 시선에서 이번 지소미아 파기 건은 대한민국에 또 하나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생긴 거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공산이 그만큼 클 수 있다는 얘기다.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우리가 아닌 베트남이 일본과 군사정보협정을 맺고 있고 미국이 이를 원해서 했는데 베트남이 이걸 깼다면, 우리는 베트남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클까, 아니면 추가로 더 투자할 가능성이 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