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이 협정이 언제, 왜 맺어졌는지다. 2010년에 처음 맺으려다 안된 이 협정은 2016년에야 체결됐다. 그것도 미국의 필요에 따라 맺어진 것이다. 한국과 일본에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둔 이유는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이고, 그 두 나라 사이에 정보교류가 원활하게 되기 위해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한·미·일 공조라고 하는 틀을 만들어 군사적 동맹의 상징성을 부여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와 일본을 압박해서 둘 사이 억지로 협정을 맺게 한 것은 그럴 만한 필요가 있기 때문이고 정보를 빠르게 얻는 프로세스를 만들어 두기 위한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그 프로세스를 깬 것을 동맹에서 이탈하려고 한다거나 미국의 안보에 대해 신경 써주지 않는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외국인의 시선에서 이번 지소미아 파기 건은 대한민국에 또 하나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생긴 거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공산이 그만큼 클 수 있다는 얘기다.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우리가 아닌 베트남이 일본과 군사정보협정을 맺고 있고 미국이 이를 원해서 했는데 베트남이 이걸 깼다면, 우리는 베트남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클까, 아니면 추가로 더 투자할 가능성이 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