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침체의 전조인지를 놓고 증권가에서 논쟁이 뜨겁다. 경기침체 신호라는 일반론에 맞서 전문가들은 “장·단기 금리 역전이 꼭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투자 심리를 약화시켜 조그만 악재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날 밤 공개된 7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예상보다 ‘매파’(통화긴축)적으로 나오면서 미 중앙은행(Fed)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가 줄었다. 그 영향으로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뛰었다. 장 중 장·단기 금리는 지난 14일에 이어 또 한 번 역전됐다.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10년 만기 국채 금리보다 높아진 것이다. 3개월 만기와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역전된 지 오래다.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선행 지표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14일 미국 S&P500지수가 2.93%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다음날(15일) 휴장한 덕분에 영향을 피했지만, 일본 닛케이225지수(-1.21%), 대만 자취안지수(-0.96%) 등 아시아 증시는 후폭풍에 휩쓸렸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침체 전에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우선 장·단기 금리 차가 실물 경기침체보다는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장기채 금리 하락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장기 채권에 붙은 기간 프리미엄이 낮아지자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졌다”며 “여기에 안전자산이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미 국채로 자금이 몰려 10년물 금리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과열과 자산 거품이 안 보이는 것도 과거와 다른 점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경기가 과열되고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국면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했다”며 “이후 거품이 꺼지면서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권희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장·단기 금리 차 축소가 경기침체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금융환경 긴축이라는 중간 고리가 필요한데, 지금은 예대마진 축소로 인한 대출 환경 악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면서 경기침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 소비자와 기업의 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장·단기 금리 역전은 불안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며 “부양책으로 심리 위축을 막느냐, 앞으로 실물 경기 지표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증시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