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협의 난항…청사후문 앞 우회도로 폭 줄여서라도 사업추진
서울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정부청사 구역' 배제 검토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서 행정안전부의 반대에 부닥친 서울시가 행안부의 개입 여지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3일 박원순 시장 주재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관련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진희선 행정2부시장, 강맹훈 도시재생실장 등 재구조화 사업을 추진하는 행정 라인은 물론 김원이 정무부시장 등 정무 라인 고위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회의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시의 재구조화 사업에 제동을 거는 공문을 보낸 행안부의 반대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여기서 시는 행안부가 관리하는 정부서울청사 영역을 배제하고 우회도로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와 시는 재구조화 사업에서 경복궁 광화문 앞 티(T)자 도로 상단의 일자 부분인 사직로-율곡로 구간을 폐쇄하고, 율곡로에서 종로1길로 꺾어 사직로8길과 새문안로5길로 이어지는 유(U)자 우회도로를 만드는 방안에서 충돌한다.

우회도로가 완성되면 세종대로를 포함한 기존의 광화문 앞 일대 도로는 티 모양이 아닌 와이(Y)자 형태로 바뀐다.

문제는 정부청사 후문 민원실 앞길인 새문안로5길이다.

서울시 계획은 청사 민원실과 경비대 건물 부지를 수용해 우회도로에 들어가도록 하는 내용이다.

기존 사직로와 율곡로를 지나던 차량 통행량을 고려하면 2개 차로에 불과한 지금의 새문안로5길은 턱없이 좁아 도로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 시의 판단이다.

행안부는 우회도로를 조성하는 목적인 광화문 앞 월대 발굴과 복원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문제를 제기하는 동시에 행안부가 관리하는 건물인 정부청사의 기능이 훼손되는 것에 우려를 표해왔다.

이에 시는 "행안부와 협의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삼는 한편 협의가 완전히 틀어지는 최악의 경우도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청사 부지는 시가 강제수용할 수 없는 땅인 만큼 행안부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회도로 폭을 줄여 정부청사 부지를 침범하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행안부가 재구조화 사업 추진에 직접 난색을 보일 여지는 없어진다.

행안부의 반대에 다른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등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행안부가 정말 '실무적' 이유로 반대하는 것이 맞고 이에 대한 설득과 협의가 끝내 이뤄지지 않는다면 행안부와 따로 갈 수밖에 없지 않냐는 것이 서울시의 판단이다.

시는 올해 말에서 내년 1월 정도로 예상하는 착공 시기를 포함해 사업의 전반적 일정에 융통성을 두면서 행안부와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태도지만, 시와 행안부 간 입장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류가 읽힌다.

시는 행안부가 2차 '경고성' 공문을 보낸 지난 9일 이후 실무진 대면 협의 자리를 만들려고 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미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은 지난달 31일 목동 빗물펌프장 사고 현장을 찾아 진영 행안부 장관과 만났을 때 따로 자리를 마련해 광화문광장 사안을 논의하자고 직접 제안했으나 행안부 측이 가부조차 알려주지 않는 상황이다.
서울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정부청사 구역' 배제 검토
행안부와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발표된 지난 1월부터 갈등을 빚었다.

서울시가 새로운 광화문광장 설계안을 발표하자, 행안부는 '설계안에 정부서울청사 일부 건물과 부지가 포함된 것은 합의된 바 없는 내용'이라며 반발했고 당시 행안부 장관이던 김부겸 의원과 박 시장이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을 내기도 했다.

두 기관은 지난 5월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진 장관이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논의는 많이 했는데 합의된 것은 없다"고 언급하면서 다시 불협화음을 노출했다.

행안부는 이어 지난달 30일 서울시에 보낸 공문에서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공감을 얻은 뒤 사업에 착수해야 한다"면서 전반적 사업 일정 조정을 요구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8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충분히 협의했는데 공문까지 보내 반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행안부는 이튿날 2차 공문을 보내 "선행조치 없이 추가 절차를 진행하면 추가 논의가 어렵다"고 압박을 계속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