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절반 '닭장 아파트' 임대료로 내는 저소득층의 시위동참 조명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11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대 내부에 홍콩의 정치 개혁과 불평등 해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섞여 있다고 CNN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 가운데 하나인 홍콩의 삼수이포 거주자 츠라이남(26)을 통해 홍콩 시위의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빈민가인 삼수이포는 경찰과 시위대가 여러 차례 충돌한 곳이다.

그는 우산 혁명을 주도한 조슈아 웡(黃之鋒)이 이끄는 데모시스토(香港衆志)당 지지자로 지난 두 달 간 거의 모든 시위에 참여했다.

3.9평(13㎡)짜리 아파트에 고양이와 함께 사는 그는 주중에는 현지 로펌의 배달원으로 일하고 월급 1천300달러(157만원) 정도를 번다.

하지만 한 달 소득의 절반 이상인 740달러(89만원)가 '닭장'으로 불리는 아파트 임대료로 빠져나간다.

수십만 명의 홍콩 시민은 그와 마찬가지로 2층 침대가 겨우 들어갈 만큼의 공간만 주어지는 아파트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그는 "정부는 부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야 한다.

그래야 가난한 사람도 홍콩에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정부는 사회 계층간 이동을 증진하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부의 불균형을 가중시키고 젊은이들이 아파트를 사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홍콩에서 소득 상위 10%의 월 소득은 츠씨 월급의 약 10배에 달한다.

CNN은 이런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이시위를 키운 주요 배경이 됐다고 CNN은 짚었다.

그런데도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젊은 층의 경제적 스트레스가 이번 시위의 핵심 요인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홍콩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CNN에 홍콩의 젊은이 중 다수가 "(홍콩이) 희망이 없다"(hopless)고 느낀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홍콩 노동시장에서 청년층의 유출 현상이 점점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 오르는 생활비를 월급으로 충당하지 못하고 있고, 경제적·정치적 스트레스로 사람들이 해외로 이주하고 있다는 얘기다.

공공주택 문제도 많은 홍콩 서민들의 주요 불만사항 가운데 하나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보조금이 지원되는 아파트를 얻기 위한 대기자만해도 15만명에 육박하며, 평균 대기 기간이 5년 이상이다.

삼수이포 커뮤니티 조직자인 고든 칙은 "어떻게 (젊은이가) 아파트를 살 수 있겠느냐"며 "순전히 부모의 재력에 달렸다"고 말했다.

츠씨와 같은 경제적 약자들은 정부의 시위대 진압이나 체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도 2차례나 당국에 체포됐었지만 풀려난 뒤 다시 시위에 동참한다.

일부 홍콩 주민들은 7㎡ 크기의 감방이 오히려 집보다 넓다는 말도 농담삼아 하는데 실제로 츠씨의 집은 감방보다 조금 큰 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