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튀기는 살육의 땅을 헤쳐나온 소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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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킬링필드, 어느 캄보디아 딸의 기억'
평온한 어느 날, 갑자기 어떤 무리가 당신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하고 살던 터전을 떠나 낯선 곳으로 이주하라고 명령한다면 어떤 심경일까.
게다가 이동 도중 사랑하는 가족이 그들에게 살해되고 친지와 친구는 기아와 질병으로 병들어 숨진다면 어떨까.
무려 20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이런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상상으로도 가능하기 어려울 듯하지만, 이런 일은 지구상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1975년 4월, 폴 포트가 이끌던 사회주의 혁명단체 크메르루주는 친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을 잡자 국민을 지지 대상과 청산 대상으로 분류하고 인류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학살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바로 20세기 가장 참혹한 학살극으로 불리는 '킬링필드'다.
크메르루주 정권이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약 4년간 저지른 광기와 만행을 말한다.
당시 죽은 사람들이 집단으로 묻힌 곳 역시 '킬링필드'로 부른다.
당시 캄보디아 인구 약 700만명 중 4분의 1이 넘는 사람이 구체적인 이유도 모른 채 전염병에 걸린 가축이 집단으로 땅에 묻히듯 스러져갔다.
이념의 광기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어른뿐 아니라 어린이와 유아까지 살육 대상에서 예외가 되지 못했다.
신간 '킬링필드, 어느 캄보디아 딸의 기억'(평화를품은책 펴냄)은 이런 생지옥을 소녀의 몸으로 직접 겪은 로웅 웅이 쓴 실화다.
사실을 솔직하게 묘사한 책인데도 마치 한 편 대하소설 같다.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났을까 믿고 싶지 않은 인간의 본성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의 또 다른 본성은 잊을 만할 때쯤 이런 비극을 또 불러낸다.
지난 2000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때 순진하고 어린 소녀의 목소리를 통해 당시 참상을 현재형 서술로 전해주는 문체가 단순한 회고록을 넘어 문학성을 성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책에는 새로 권력을 쟁취한 크메르루주가 도시 중산층과 서민을 자본주의에 물든 '구악'으로 규정하고, 캄보디아 전체를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새로운 사회주의 농민국가로 만들려고 한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특히 지식인과 공무원, 정치인, 군인, 법조인, 언론인 등은 가족까지 처형해 후환을 없애는 장면들은 섬뜩하다.
로웅의 부친은 일찌감치 청산 대상으로 찍혀 끌려가 살해된다.
순진무구한 모친과 여섯 살짜리 막내도 들판에서 혁명 세력 총에 맞아 숨진다.
가장 참혹하고 읽기 고통스러운 대목은 주인공을 비롯한 사람들이 굶주림 속에 최소한의 인간성도 보장받지 못하는 부분이다.
선과 악, 이념 대립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배고픔의 고통이었다.
"죽을 다 먹으면 내일까지 기다려야 다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그릇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 여덟 개밖에 남지 않은 밥알을 세면서 나는 속으로 울음을 터뜨린다.
여덟 알이 나한테 남은 전부라니!"
로웅은 구사일생 끝에 일부 형제자매를 만나 함께 피란하고 갖은 위기를 겪으며 태국 수용소까지 가는 데 성공한다.
5개월 뒤 로웅은 미국 교회 후원으로 버몬트 주로 이주하고 훗날 평화 운동을 하는 비영리기구(NGO) 대변인으로 성장한다.
책은 로웅이 캄보디아에 남은 형제들을 상봉하는 장면에서 끝난다.
이 책은 앤젤리나 졸리가 감독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연합뉴스
평온한 어느 날, 갑자기 어떤 무리가 당신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하고 살던 터전을 떠나 낯선 곳으로 이주하라고 명령한다면 어떤 심경일까.
게다가 이동 도중 사랑하는 가족이 그들에게 살해되고 친지와 친구는 기아와 질병으로 병들어 숨진다면 어떨까.
무려 20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이런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상상으로도 가능하기 어려울 듯하지만, 이런 일은 지구상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1975년 4월, 폴 포트가 이끌던 사회주의 혁명단체 크메르루주는 친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을 잡자 국민을 지지 대상과 청산 대상으로 분류하고 인류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학살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바로 20세기 가장 참혹한 학살극으로 불리는 '킬링필드'다.
크메르루주 정권이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약 4년간 저지른 광기와 만행을 말한다.
당시 죽은 사람들이 집단으로 묻힌 곳 역시 '킬링필드'로 부른다.
당시 캄보디아 인구 약 700만명 중 4분의 1이 넘는 사람이 구체적인 이유도 모른 채 전염병에 걸린 가축이 집단으로 땅에 묻히듯 스러져갔다.
이념의 광기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어른뿐 아니라 어린이와 유아까지 살육 대상에서 예외가 되지 못했다.
신간 '킬링필드, 어느 캄보디아 딸의 기억'(평화를품은책 펴냄)은 이런 생지옥을 소녀의 몸으로 직접 겪은 로웅 웅이 쓴 실화다.
사실을 솔직하게 묘사한 책인데도 마치 한 편 대하소설 같다.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났을까 믿고 싶지 않은 인간의 본성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의 또 다른 본성은 잊을 만할 때쯤 이런 비극을 또 불러낸다.
지난 2000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때 순진하고 어린 소녀의 목소리를 통해 당시 참상을 현재형 서술로 전해주는 문체가 단순한 회고록을 넘어 문학성을 성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책에는 새로 권력을 쟁취한 크메르루주가 도시 중산층과 서민을 자본주의에 물든 '구악'으로 규정하고, 캄보디아 전체를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새로운 사회주의 농민국가로 만들려고 한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특히 지식인과 공무원, 정치인, 군인, 법조인, 언론인 등은 가족까지 처형해 후환을 없애는 장면들은 섬뜩하다.
로웅의 부친은 일찌감치 청산 대상으로 찍혀 끌려가 살해된다.
순진무구한 모친과 여섯 살짜리 막내도 들판에서 혁명 세력 총에 맞아 숨진다.
가장 참혹하고 읽기 고통스러운 대목은 주인공을 비롯한 사람들이 굶주림 속에 최소한의 인간성도 보장받지 못하는 부분이다.
선과 악, 이념 대립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배고픔의 고통이었다.
"죽을 다 먹으면 내일까지 기다려야 다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그릇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 여덟 개밖에 남지 않은 밥알을 세면서 나는 속으로 울음을 터뜨린다.
여덟 알이 나한테 남은 전부라니!"
로웅은 구사일생 끝에 일부 형제자매를 만나 함께 피란하고 갖은 위기를 겪으며 태국 수용소까지 가는 데 성공한다.
5개월 뒤 로웅은 미국 교회 후원으로 버몬트 주로 이주하고 훗날 평화 운동을 하는 비영리기구(NGO) 대변인으로 성장한다.
책은 로웅이 캄보디아에 남은 형제들을 상봉하는 장면에서 끝난다.
이 책은 앤젤리나 졸리가 감독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