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세상] "방해되니 돌아가세요"…SNS에 고발된 촬영장 '민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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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 촬영을 이유로 차량과 행인의 이동을 통제하거나 교통법규 위반을 일삼는 제작 관행이 SNS상에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29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어제 발생한) 안산의 한 대학병원 상황'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 속 사진을 보면 드라마 촬영 장비를 실은 트럭과 제작진이 타고 온 승합차 등이 병원 장애인 주차장 5면에 주차돼 있었다.
작성자는 이 글에서 "촬영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환자나 방문객의 동선까지 통제하더라"며 "촬영팀이면 불법 주차도 마음대로 하고 시민 이동권까지 막을 권리가 있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글을 쓴 장모(36·경기 안산시)씨는 1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출산한 아내와 아이를 돌보러 급하게 병원을 찾았는데 드라마 촬영을 이유로 병원 주변 곳곳이 통제돼 있었다"며 "무질서하게 세워 놓은 촬영 차량도 문제였지만 제작진과 구경꾼까지 몰리면서 극도로 혼잡해져 (병원 진입에) 평소보다 두배 이상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장씨는 "결국 차를 멀찍이 대놓고 뛰어왔는데 이번엔 병원 출입구를 막더라. 주인공이 병원에 걸어 들어가는 장면을 찍어야 한다는 이유였다"며 "인기 드라마 촬영이 특권이라도 되는가"라고 혀를 찼다.
그는 스마트폰 신고 애플리케이션으로 불법 주차된 촬영 차량을 신고했다.
해당 신고를 접수한 단원구청 주민복지과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계도 조치했다"고 밝혔다.
당시 현장에 있던 드라마 촬영 관계자는 홍보팀을 통해 "불법 주차한 사실을 인정한다"며 "주의를 받고 바로 차량을 이동했고 부과된 과태료도 납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드라마 촬영보다 시민의 편의가 더 중요한데 경솔했다.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촬영 현장 주변에서 피해를 봤다고 성토하는 글은 SNS나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보배드림 아이디 '완전****'는 지난 1일 한 드라마 제작진이 차로와 인도를 점거하고 촬영 도구를 늘어놓은 사진을 올리며 "무슨 이유로 차가 막히는가 싶었는데 촬영 때문이었다"며 "최소한 도로에 세워둔 차량은 좀 치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트위터 아이디 'dist**' 역시 "촬영하는 게 무슨 유세인지 주변에 민폐 끼치는 일이 다반사"라고 꼬집었다.
촬영을 이유로 행인에게 거칠게 대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장모(34)씨는 지난 5월 '연트럴파크'로 알려진 경의선 숲길 공원을 산책하다 자신을 향한 거친 말에 깜짝 놀랐다.
"프레임(촬영 카메라) 안에 들어오잖아요.
비켜요.
촬영 중인 거 안 보여요?" 영화를 찍던 제작진이 소리친 것이었다.
결국 그는 공원을 벗어나 다른 길로 돌아가야 했다.
장씨는 "사유지를 무단으로 들어간 것도 아니고 매일 다니던 길을 지나간 건데 왜 고성을 들어야 하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고 억울해했다.
지난해 9월에는 한 지상파 드라마 촬영진이 버스 정류장에 차를 무단으로 대놓은 사실이 SNS에서 퍼지며 누리꾼의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공공장소에서 이뤄지는 촬영이 시민 불만으로 이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제작 현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승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처장은 "보통 야외 촬영 시 최대한 일정을 빡빡하게 잡는다"며 "촬영 현장에서는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촬영 기간이 연장될 경우 장비 대여료, 배우 출연료와 제작진 임금, 식대 등 각종 비용이 불어나기 마련.
홍 사무처장은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장면을 찍으려다 보니 교통 상황이나 시민 편의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최근 영화 제작 노동자의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이나 적정 노동시간 준수 등 변화의 움직임도 있지만 아직은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제작 환경의 한계 탓에 어쩔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드라마·예능 제작사에서 7년째 일하는 박모 PD는 "드라마 촬영 일정은 일주일 단위로 나오는데 밀리기 시작하면 다음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므로 (촬영이) 빠듯하게 진행된다"며 "특히 야외 촬영은 반드시 그날 안에 해당 장면을 찍어야 한다.
모든 것을 지키면서 진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영화나 드라마 업계의 '빨리빨리' 관행은 절차를 건너뛰는 무리수를 낳기도 한다.
영상위원회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촬영을 하려면 각 지자체 영상위나 관할 구청, 경찰서 등에 정식으로 요청해야 한다.
이때 승인까지 보통 사나흘 이상 걸린다.
이근철 서울영상위 팀장은 "촬영 당일 아침에야 대본이 나오는 '쪽대본'을 쓰는 제작진이라면 이런 절차를 지키기 힘들다"면서 "이로 인해 허가 없이 몰래 찍고 빠지는 일명 '도둑 촬영'을 일삼는 제작사가 아직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촬영 관행을 개선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시민의 안전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인도 이용을 차단한다면 보행자는 차로로 내려가야 하는데 이때 안전요원이나 차량 진입을 막는 가림막 등이 없다면 교통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또 일부 차선을 막아 생기는 병목 현상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는다면 차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문제는 촬영지에서 안전 요원 역할을 맡는 이들 중 상당수가 교통 통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지자체나 영상위원회 등에 협조를 구한 뒤 교통경찰이나 전문 안전요원이 통제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영상위원회의 '영상물 촬영지원 매뉴얼'에도 도로 촬영 시 차량 흐름이나 안전에 이상에 생길 수 있으므로 관할 경찰서 등에 촬영 허가를 얻은 뒤 필요하다면 안전 통제를 요청하라고 적혀있다.
서울영상위 이 팀장은 "정식 절차를 밟고 난 뒤 지자체와 긴밀한 사전 협의를 통해야만 민원이 발생해도 대처할 수 있다"라며 "제작 현장에서 시민과의 마찰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어제 발생한) 안산의 한 대학병원 상황'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 속 사진을 보면 드라마 촬영 장비를 실은 트럭과 제작진이 타고 온 승합차 등이 병원 장애인 주차장 5면에 주차돼 있었다.
작성자는 이 글에서 "촬영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환자나 방문객의 동선까지 통제하더라"며 "촬영팀이면 불법 주차도 마음대로 하고 시민 이동권까지 막을 권리가 있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글을 쓴 장모(36·경기 안산시)씨는 1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출산한 아내와 아이를 돌보러 급하게 병원을 찾았는데 드라마 촬영을 이유로 병원 주변 곳곳이 통제돼 있었다"며 "무질서하게 세워 놓은 촬영 차량도 문제였지만 제작진과 구경꾼까지 몰리면서 극도로 혼잡해져 (병원 진입에) 평소보다 두배 이상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장씨는 "결국 차를 멀찍이 대놓고 뛰어왔는데 이번엔 병원 출입구를 막더라. 주인공이 병원에 걸어 들어가는 장면을 찍어야 한다는 이유였다"며 "인기 드라마 촬영이 특권이라도 되는가"라고 혀를 찼다.
그는 스마트폰 신고 애플리케이션으로 불법 주차된 촬영 차량을 신고했다.
해당 신고를 접수한 단원구청 주민복지과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계도 조치했다"고 밝혔다.
당시 현장에 있던 드라마 촬영 관계자는 홍보팀을 통해 "불법 주차한 사실을 인정한다"며 "주의를 받고 바로 차량을 이동했고 부과된 과태료도 납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드라마 촬영보다 시민의 편의가 더 중요한데 경솔했다.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촬영 현장 주변에서 피해를 봤다고 성토하는 글은 SNS나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보배드림 아이디 '완전****'는 지난 1일 한 드라마 제작진이 차로와 인도를 점거하고 촬영 도구를 늘어놓은 사진을 올리며 "무슨 이유로 차가 막히는가 싶었는데 촬영 때문이었다"며 "최소한 도로에 세워둔 차량은 좀 치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트위터 아이디 'dist**' 역시 "촬영하는 게 무슨 유세인지 주변에 민폐 끼치는 일이 다반사"라고 꼬집었다.
촬영을 이유로 행인에게 거칠게 대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장모(34)씨는 지난 5월 '연트럴파크'로 알려진 경의선 숲길 공원을 산책하다 자신을 향한 거친 말에 깜짝 놀랐다.
"프레임(촬영 카메라) 안에 들어오잖아요.
비켜요.
촬영 중인 거 안 보여요?" 영화를 찍던 제작진이 소리친 것이었다.
결국 그는 공원을 벗어나 다른 길로 돌아가야 했다.
장씨는 "사유지를 무단으로 들어간 것도 아니고 매일 다니던 길을 지나간 건데 왜 고성을 들어야 하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고 억울해했다.
지난해 9월에는 한 지상파 드라마 촬영진이 버스 정류장에 차를 무단으로 대놓은 사실이 SNS에서 퍼지며 누리꾼의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공공장소에서 이뤄지는 촬영이 시민 불만으로 이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제작 현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승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처장은 "보통 야외 촬영 시 최대한 일정을 빡빡하게 잡는다"며 "촬영 현장에서는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촬영 기간이 연장될 경우 장비 대여료, 배우 출연료와 제작진 임금, 식대 등 각종 비용이 불어나기 마련.
홍 사무처장은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장면을 찍으려다 보니 교통 상황이나 시민 편의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최근 영화 제작 노동자의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이나 적정 노동시간 준수 등 변화의 움직임도 있지만 아직은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제작 환경의 한계 탓에 어쩔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드라마·예능 제작사에서 7년째 일하는 박모 PD는 "드라마 촬영 일정은 일주일 단위로 나오는데 밀리기 시작하면 다음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므로 (촬영이) 빠듯하게 진행된다"며 "특히 야외 촬영은 반드시 그날 안에 해당 장면을 찍어야 한다.
모든 것을 지키면서 진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영화나 드라마 업계의 '빨리빨리' 관행은 절차를 건너뛰는 무리수를 낳기도 한다.
영상위원회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촬영을 하려면 각 지자체 영상위나 관할 구청, 경찰서 등에 정식으로 요청해야 한다.
이때 승인까지 보통 사나흘 이상 걸린다.
이근철 서울영상위 팀장은 "촬영 당일 아침에야 대본이 나오는 '쪽대본'을 쓰는 제작진이라면 이런 절차를 지키기 힘들다"면서 "이로 인해 허가 없이 몰래 찍고 빠지는 일명 '도둑 촬영'을 일삼는 제작사가 아직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촬영 관행을 개선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시민의 안전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인도 이용을 차단한다면 보행자는 차로로 내려가야 하는데 이때 안전요원이나 차량 진입을 막는 가림막 등이 없다면 교통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또 일부 차선을 막아 생기는 병목 현상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는다면 차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문제는 촬영지에서 안전 요원 역할을 맡는 이들 중 상당수가 교통 통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지자체나 영상위원회 등에 협조를 구한 뒤 교통경찰이나 전문 안전요원이 통제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영상위원회의 '영상물 촬영지원 매뉴얼'에도 도로 촬영 시 차량 흐름이나 안전에 이상에 생길 수 있으므로 관할 경찰서 등에 촬영 허가를 얻은 뒤 필요하다면 안전 통제를 요청하라고 적혀있다.
서울영상위 이 팀장은 "정식 절차를 밟고 난 뒤 지자체와 긴밀한 사전 협의를 통해야만 민원이 발생해도 대처할 수 있다"라며 "제작 현장에서 시민과의 마찰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