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마켓+ㅣ드라마 제작 현장 주52시간 시행 후…"늘어나는 제작비, 어떡하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52시간 돌입, 스태프 처우 개선 분위기
제작비 늘고, 제작사 부담 커져
"배우, 감독은 제외"…현실화 어려움
제작비 늘고, 제작사 부담 커져
"배우, 감독은 제외"…현실화 어려움
"스태프들은 표준근로시간을 지키고, 배우들과 감독은 계속 찍는 거죠."
인건비 부담은 20~30%, 촬영 기간 부담은 2배가 늘었다. 스태프들은 일일 8시간 근무를 보장받게 됐지만, 제작일수를 맞추기 위해 주연 배우들과 메인 연출자는 자리를 지키고 계속 찍고 있다.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후 드라마 촬영장의 현실이다.
지난 7월 1일, 1년의 유예 기간이 끝나고 주52시간 근무제가 드라마 노동현장에 적용됐다. 드라마 근무 현장은 특수 업종으로 분류되면서 지난 1년 동안 주68시간을 시행해왔고, 각 방송사와 제작사는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1년 하고 한 달이 지났다.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은 "솔직히 아직까지 몸이 조금 편해진 것 빼고 더 좋아진 것을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고백해왔다.
드라마의 생방송 촬영은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다. 방영일자를 맞추기 위해 밤샘 촬영을 하고, 잠이 부족한 스태프의 실수로 사람이 다치거나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2016년 tvN '혼술남녀' 조연출이었던 이한빛 PD가 과도한 업무와 심각한 스트레스로 드라마 종영 이튿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아직까지도 비극적인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최근까지도 SBS '빅이슈', tvN '아스달 연대기' 등이 스태프들의 근무 환경으로 질타를 받기도 했다. 더욱이 올해 초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을 찍으면서 주52시간 근로제를 철저히 이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드라마 업계는 더욱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드라마 촬영장 일선에 있는 사람들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말을 하면 욕을 먹을 거 같다"면서도 "주52시간 근무제가 과연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합리적으로 시행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표즌근로계약서를 이행하기 위해 드라마 업계는 이제 반사전제작이 자리를 잡고 있다. 과거, 방송 2개월 전에 촬영을 시작해 방송이 진행되는 1~2달 동안 '바짝' 조여서 일했던 분위기에서 사전제작이 아니더라도 최소 4개월, 길게는 6개월 전에 촬영에 나서고 있다.
제작기간이 늘어나면서 제작비 부담은 커졌다. 늘어나는 드라마와 경쟁이 치열해진 미디어 환경에서 주요 매출인 광고 수익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제작비는 오히려 상승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된 것.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전체 제작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인건비인데, 인건비만 20~30% 정도 늘어났다"며 "확실히 부담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고비용이 투입되는 대형 작품이 아니고서야 양질의 드라마를 뽑아내기 힘든 상황이라고도 전했다. 이는 양적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상파는 드라마 편수 줄이기에 나섰고, 방영 시간도 72분에서 50분으로 감소하는 흐름이다.
매니지먼트사 쪽에서도 "손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엔터사 임원은 "한 장면을 찍든, 열 장면을 찍든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비용은 동일하다"며 "여기에 숙박비, 식비, 기름값 등 진행비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연료는 방영 회차를 기준으로 결정되고, 진행비는 배우와 매니지먼트사가 반반 부담하는데, 나중에 정산된 걸 보면 배우들도 깜짝 놀란다"고 귀띔했다.
1년에 3편씩 작품을 했던 한 배우는 주52시간 시행으로 제작기간이 늘어나면서 할 수 있는 작품수가 1개로 줄어들었다. 이 배우 매니저는 "조연급의 경우 다작을 여러 개 하는 게 좋은데, 드라마는 그렇게 하기 힘든 환경이 됐다"며 "몸은 편해지고, 돈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태프들의 52시간은 보장하고, 제작기간을 줄이기 위한 꼼수로 스태프만 3교대를 하는 촬영장도 등장했다. 스태프는 찍다가 바통터치를 하고 퇴근을 하지만, 배우와 메인 연출자는 자리를 지키고 계속 촬영을 이어가는 것.
한 연출자는 "요즘은 스태프 단톡방이 생겨서 서로 상황을 공유하고, 기사화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며 "잘못된 정보도 있지만, 우린 뭘 해도 죄인인지라 아무말 못하고 사과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52시간이 전체적으로 시행되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제작PD는 "이전까지 드라마 현장에서 났던 사고는 모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발생한 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며 "잠은 제대로 자니까, 사고가 확실히 줄어든 느낌"이라고 주52시간 시행을 응원했다.
또 다른 드라마 관계자 역시 "아직은 과도기가 맞다"며 "이 제도가 앞으로 어떻게 정착될 수 있을지,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근무 방식이 될 수 있을지는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김소연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인건비 부담은 20~30%, 촬영 기간 부담은 2배가 늘었다. 스태프들은 일일 8시간 근무를 보장받게 됐지만, 제작일수를 맞추기 위해 주연 배우들과 메인 연출자는 자리를 지키고 계속 찍고 있다.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후 드라마 촬영장의 현실이다.
지난 7월 1일, 1년의 유예 기간이 끝나고 주52시간 근무제가 드라마 노동현장에 적용됐다. 드라마 근무 현장은 특수 업종으로 분류되면서 지난 1년 동안 주68시간을 시행해왔고, 각 방송사와 제작사는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1년 하고 한 달이 지났다.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은 "솔직히 아직까지 몸이 조금 편해진 것 빼고 더 좋아진 것을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고백해왔다.
드라마의 생방송 촬영은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다. 방영일자를 맞추기 위해 밤샘 촬영을 하고, 잠이 부족한 스태프의 실수로 사람이 다치거나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2016년 tvN '혼술남녀' 조연출이었던 이한빛 PD가 과도한 업무와 심각한 스트레스로 드라마 종영 이튿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아직까지도 비극적인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최근까지도 SBS '빅이슈', tvN '아스달 연대기' 등이 스태프들의 근무 환경으로 질타를 받기도 했다. 더욱이 올해 초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을 찍으면서 주52시간 근로제를 철저히 이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드라마 업계는 더욱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드라마 촬영장 일선에 있는 사람들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말을 하면 욕을 먹을 거 같다"면서도 "주52시간 근무제가 과연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합리적으로 시행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표즌근로계약서를 이행하기 위해 드라마 업계는 이제 반사전제작이 자리를 잡고 있다. 과거, 방송 2개월 전에 촬영을 시작해 방송이 진행되는 1~2달 동안 '바짝' 조여서 일했던 분위기에서 사전제작이 아니더라도 최소 4개월, 길게는 6개월 전에 촬영에 나서고 있다.
제작기간이 늘어나면서 제작비 부담은 커졌다. 늘어나는 드라마와 경쟁이 치열해진 미디어 환경에서 주요 매출인 광고 수익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제작비는 오히려 상승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된 것.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전체 제작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인건비인데, 인건비만 20~30% 정도 늘어났다"며 "확실히 부담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고비용이 투입되는 대형 작품이 아니고서야 양질의 드라마를 뽑아내기 힘든 상황이라고도 전했다. 이는 양적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상파는 드라마 편수 줄이기에 나섰고, 방영 시간도 72분에서 50분으로 감소하는 흐름이다.
매니지먼트사 쪽에서도 "손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엔터사 임원은 "한 장면을 찍든, 열 장면을 찍든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비용은 동일하다"며 "여기에 숙박비, 식비, 기름값 등 진행비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연료는 방영 회차를 기준으로 결정되고, 진행비는 배우와 매니지먼트사가 반반 부담하는데, 나중에 정산된 걸 보면 배우들도 깜짝 놀란다"고 귀띔했다.
1년에 3편씩 작품을 했던 한 배우는 주52시간 시행으로 제작기간이 늘어나면서 할 수 있는 작품수가 1개로 줄어들었다. 이 배우 매니저는 "조연급의 경우 다작을 여러 개 하는 게 좋은데, 드라마는 그렇게 하기 힘든 환경이 됐다"며 "몸은 편해지고, 돈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태프들의 52시간은 보장하고, 제작기간을 줄이기 위한 꼼수로 스태프만 3교대를 하는 촬영장도 등장했다. 스태프는 찍다가 바통터치를 하고 퇴근을 하지만, 배우와 메인 연출자는 자리를 지키고 계속 촬영을 이어가는 것.
한 연출자는 "요즘은 스태프 단톡방이 생겨서 서로 상황을 공유하고, 기사화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며 "잘못된 정보도 있지만, 우린 뭘 해도 죄인인지라 아무말 못하고 사과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52시간이 전체적으로 시행되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제작PD는 "이전까지 드라마 현장에서 났던 사고는 모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발생한 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며 "잠은 제대로 자니까, 사고가 확실히 줄어든 느낌"이라고 주52시간 시행을 응원했다.
또 다른 드라마 관계자 역시 "아직은 과도기가 맞다"며 "이 제도가 앞으로 어떻게 정착될 수 있을지,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근무 방식이 될 수 있을지는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김소연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