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류계 황제 전복, 동아시아에선 귀한 대접, 최고 보양식 불도장 재료
서양서는 외짝 껍데기란 이유로 '전복 먹으면 사랑에 실패한다' 홀대
당뇨병·고혈압에 좋은 저지방 고단백 식품 주목 받으며 인식 달라져
[알쏭달쏭 바다세상](24) 얼마나 귀했으면 말린 게 화폐 대신 사용됐을까
패류(貝類) 가운데 가장 귀하고 값이 비싼 전복.
전복류는 전 세계적으로 100종 이상이 서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연안에는 크기가 가장 작은 오분자기(떡조개)를 비롯해 말전복, 시볼트전복, 둥근전복, 참전복 등 5종류가 산다.

말전복, 둥근전복, 시볼트전복, 오분자기는 남방종으로 수온이 12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제주도 연안에서 난다.

그 밖의 다른 해역에서는 참전복이 생산된다.

중국 진나라 시황제가 찾았다는 불로장생 식품 중에 한가지로 꼽은 것이 봉래섬(옛 제주도) 전복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전복을 최상품으로 친다.

전복은 자웅이체(雌雄異體)로 바다에 방란·방정해 체외수정한다.

조류 소통이 좋은 연안 암초 지대에서 미역, 다시마, 감태, 대황 등 해초를 먹고 산다.

[알쏭달쏭 바다세상](24) 얼마나 귀했으면 말린 게 화폐 대신 사용됐을까
전복은 고려시대만 해도 서민도 즐겼던 식품이다.

송나라 사신 일행으로 고려에 왔던 서긍(徐兢)의 고려도경(高麗圖經)에는 '세민(細民)이 많이 먹는 해산물로는 미꾸라지, 전복(鰒), 새우, 대합, 굴, 게 등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점차 귀한 대접을 받기 시작했는데, 조선시대에 간행된 공선정례(貢膳定例)나 탐라지(耽羅誌)를 보면 전복은 임금께 진상하는 공물로 기록돼 있다.

제주 목사 이건(李建)이 쓴 '제주풍토기'에는 '해녀들이 갖은 고생을 하면서 전복을 따지만 탐관오리의 등쌀에 거의 뜯기고 스스로는 굶주림에 허덕인다'고 전한다.

서양에서는 전복 껍데기가 두 짝인 다른 조개 종류와 달리 외짝이어서 전복을 먹으면 사랑에 실패한다는 믿음 때문에 전복을 잘 먹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최근에는 전복이 당뇨병과 고혈압에 좋은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어 전복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전복은 산란기인 가을철을 제외하고 연중 맛이 좋다.

남방계 전복류는 겨울철에 산란한 다음 봄철 이후 여름까지 육질이 비만해지고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 가장 맛있다.

전복 구입시 껍데기에 비해 살이 꽉 차 있고, 색상과 무늬가 뚜렷하고 선명해 건강하게 보이는 것이 좋다.

[알쏭달쏭 바다세상](24) 얼마나 귀했으면 말린 게 화폐 대신 사용됐을까
전복과 오분자기를 헷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구분하는 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전복은 오분자기보다 몸체가 크고 호흡공(呼吸孔)이 4∼5개다.

이 호흡공은 원추형인 껍데기 위로 많이 돌출돼 있다.

오분자기는 몸체가 작으면서 호흡공이 7∼8개로 전복보다 많다.

호흡공이 거의 돌출돼 있지 않고 밋밋한 편이다.

껍데기 모양은 타원형이다.

[알쏭달쏭 바다세상](24) 얼마나 귀했으면 말린 게 화폐 대신 사용됐을까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전복을 귀한 식재료로 여겼다.

스님이 향과 맛에 반해 담장을 넘었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한 중국 최고급 보양식인 '불도장'에 들어가는 재료 중 하나가 전복이기도 하다.

중국 내륙에서는 싱싱한 전복을 먹을 수 없어 말린 전복을 귀하게 여겼는데 이런 전복은 시장에서 화폐 대신 사용되거나 유산 목록에 기록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