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에 만족 못한 이들의 '사형'(私刑) 집행 증가 멕시코 북부 시날로아주에서는 최근 젊은 남성의 시신 5구가 각각 다른 장소에서 발견됐다.
시신들 위에는 장난감 자동차가 하나씩 놓여 있었다.
이 중 한 명은 최근 시날로아주 쿨리아칸에서 한 여성의 집에 침입해 총으로 위협하고 차를 훔쳐 달아난 남성으로 확인됐다.
누군가가 자동차 절도범들을 잡아 죽이고 다른 절도범들을 향한 경고의 의미로 장난감 자동차와 함께 시신을 버려둔 것이다.
범죄가 증가하는 멕시코에서 이렇게 주민들이 자경단을 꾸려 범죄자를 잡은 후 법에 의지하지 않은 채 직접 처형까지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AP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날로아주 검찰이 5구의 시신 발견 사실을 공개한 지난 8일 중부 푸에블라주에서는 하루 만에 총 7명의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맞아서 숨진 시신도 있었고 나무에 목이 매달려 죽은 시신도 있었다.
살해된 이들은 납치 용의자들로, 200명 가까이 되는 주민이 '린치'에 동참했다고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전했다.
멕시코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멕시코에서 올해 들어 지금까지 43명이 이와 같은 '사형'(私刑)으로 사망했고, 173명이 다쳤다.
이미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 수치를 넘어선 것이다.
자경단을 조직한 주민들은 당국이 범죄조직 소탕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직접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경찰이 민간인이나 범죄인을 상대할 때 무력사용을 가능한 한 자제하라는 방침을 세웠다.
이전 정권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범죄조직과 전면전을 벌인 것이 오히려 범죄 증가로 이어졌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지난 2006∼2012년 '마약과의 전쟁'으로 주요 갱단 두목이 체포되고 조직이 와해하면서 조직간 다툼이 잦아지고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도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마약과의 전쟁이 처음 시작된 미초아칸주에서는 전날 할리스코 카르텔이 경쟁 조직에 대한 경고 메시지와 함께 19명을 살해해 일부 시신을 다리에 내걸기도 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미초아칸주의 사례를 들어 마약과의 전쟁 선포가 벌집을 건드린 게 됐다면서 "예전처럼 덫에 걸리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 대신 청년들이 마약조직에 가담하지 않도록 직업 훈련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폭력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평화와 안정은 정의의 산물이다.
시간이 걸릴 수는 있어도 최선의 전략"이라고 표현했다.
정부가 폭력의 근본 원인을 다스리는 사이 공권력에 만족하지 못하는 주민들이 사적 처형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다.
멕시코 국가인권위원회는 "법에 기대지 않고 자신들의 손으로 해결하는 이들은 정의가 아니라 야만을 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