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퍼, 몽골 국방장관에게서 말(馬) 선물 받아…'마셜' 명명
최근 들어 부쩍 미국과 몽골이 '밀착'하는 모양새이다.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은 한국 방문 직전인 8일 몽골을 찾아 몽골 지도자들과 만나 양국 협력 증진 방안을 모색했다.
앞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6월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계기에 한국을 거쳐 몽골을 방문했다.
지난달에는 칼트마 바툴가 몽골 대통령이 방미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양국 간 '스킨십 강화'는 시점 적으로 미국과 중·러 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미국은 중국과의 대치 전선을 무역에서 환율, 안보 분야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넓히고 있고, 러시아와 체결했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해 러시아와의 긴장도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몽골과 국경을 맞댄 중국과 러시아, 특히 중국을 견제하려는 행보가 아니냐는 시선이 고개를 드는 배경이기도 하다.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기 위한 미국의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 장관이 몽골을 방문한 것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 4월 척 헤이글 국방부 장관 때 이후 처음으로, 외신들은 "흔치 않은 방문"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몽골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건 2011년 이후 처음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AP통신은 "최근 들어 미국과 몽골의 세 번째 '관여' 사례인 이번 에스퍼 국방부 장관의 몽골방문은 중국과 러시아를 '우선 경쟁자들'로 꼽았던 미국의 새로운 방어 전략과 맞물려 몽골의 핵심 역할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풀이했다.
AFP통신도 에스퍼 장관의 이번 몽골 방문이 점점 커지고 있는 중국의 역내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몽골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려는 차원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미국과 몽골은 수십년간 강력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특히 미국은 몽골을 러시아, 중국과 같은 역내 경쟁자들을 견제할 '전략적 동맹'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에스퍼 장관의 '외교 공세'는 미국이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외교 정책 및 군사적 태세에 직면해 전통적 우방들에 미국의 지지를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전날 울란바토르에 도착한 에스퍼 장관은 "중국은 전 세계적으로 그들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국제적 접근법을 취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 공간에서 그들과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대중(對中)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그는 특히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미국은 '항행의 자유'를 지지한다면서 "중국은 이러한 가치들에 반하여 서길 선택했다"며 중국이 이웃 나라들을 상대로 중국에 이익에 부합하는 행위를 하도록 강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정부는 앞으로 몽골과 협력을 확대해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몽골은 중·러와 가까이 지내면서도 '제3의 이웃' 정책을 통해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특히 미국의 투자를 유치해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추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몽골은 북한과 전통적으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온 만큼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한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는 과정에서도 역할을 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스퍼 장관은 군사 협력 확대 같은 특별한 목적을 지니고 몽골을 방문한 것이 아니라면서도 몽골의 고위급 국방 당국자들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기자들에게 "(지정학적) 위치와 협력 확대에 대한 그들의 관심, 그 모든 것이 내가 그곳(몽골)에 가서 관계를 맺고자 하는 이유"라고 설명한 바 있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전 미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는 "몽골은 누구를 상대로도 완전히 한쪽 편을 들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들은 미국과 경제적·정치적 협력을 원하는데, 이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 정부와의 관계에서 숨을 돌릴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냐마 엥흐볼드 몽골 국방장관은 미·몽골 국방장관 회담에서 관례에 따라 에스퍼 장관에게 7살짜리 말을 선물했다.
에스퍼 장관은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유럽 부흥 정책을 주도했던 조지 마셜 전 국방부 장관을 기리는 의미로 이 말에 '마셜'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