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꺼리는 기업…은행권 대기업 대출 쪼그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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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대기업
대출 잔액 1년5개월만에 최저
대출 잔액 1년5개월만에 최저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이 한 달 새 2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년5개월 만의 최저치다. 경기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줄여 대출 수요도 함께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금리가 계속 떨어지면서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대기업 대출 시장이 더 쪼그라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상황 불확실…투자 꺼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농협 등 5개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2조665억원 감소한 73조7428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2월(73조7051억원) 이후 1년5개월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이들 은행의 대기업 대출잔액은 지난해 6월 이후 75조~76조원 선을 유지해 왔다. 그러다 지난 5월 이후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 6월 말 잔액은 전월 대비 6220억원 줄어든 75조8098억원이었다. 시중은행 기업여신담당 임원은 “반기가 끝날 때 회계관리를 위해 부채를 일시 상환하는 기업이 많기는 하지만 감소폭이 과도하게 크다”며 “은행으로선 대기업 대출 영업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대출을 줄이는 것은 불확실한 경제상황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신규 투자를 하거나 사업 규모를 확장하기보다는 현금을 보유하려는 성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갈등 이후 몸을 사리는 기업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설명이다.
위축된 투자 심리는 숫자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을 합산한 ‘부동자금’ 규모는 지난 5월 말 기준 975조3325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서만 30조원 이상 불어났다.
대형은행 관계자는 “기업 경영을 하기에 우호적인 환경이 아닌 데다 요즘 같은 시기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나중에 리스크가 될까봐 우려하는 곳이 많다”며 “은행들은 예대율 규제 때문에 기업 대출을 늘려야 하는데 대기업 대출은 여의치 않아서 중기 대출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대신 채권 시장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늘어난 것도 한 이유다. 대기업은 자체 신용이 있기 때문에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을 발행해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굳이 은행 대출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채권 발행 금액은 86조9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늘었다. 이 가운데 일반 회사채 발행 금액(25조7712억원)은 24.1% 급증했다. 기업들의 활발한 발행에 힘입어 6월 말 회사채 발행잔액은 503조61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은 더욱 줄어들었다. 대기업의 ‘은행 외면’ 현상이 하반기에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대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금리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회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경제상황 불확실…투자 꺼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농협 등 5개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2조665억원 감소한 73조7428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2월(73조7051억원) 이후 1년5개월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이들 은행의 대기업 대출잔액은 지난해 6월 이후 75조~76조원 선을 유지해 왔다. 그러다 지난 5월 이후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 6월 말 잔액은 전월 대비 6220억원 줄어든 75조8098억원이었다. 시중은행 기업여신담당 임원은 “반기가 끝날 때 회계관리를 위해 부채를 일시 상환하는 기업이 많기는 하지만 감소폭이 과도하게 크다”며 “은행으로선 대기업 대출 영업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대출을 줄이는 것은 불확실한 경제상황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신규 투자를 하거나 사업 규모를 확장하기보다는 현금을 보유하려는 성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갈등 이후 몸을 사리는 기업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설명이다.
위축된 투자 심리는 숫자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을 합산한 ‘부동자금’ 규모는 지난 5월 말 기준 975조3325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서만 30조원 이상 불어났다.
대형은행 관계자는 “기업 경영을 하기에 우호적인 환경이 아닌 데다 요즘 같은 시기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나중에 리스크가 될까봐 우려하는 곳이 많다”며 “은행들은 예대율 규제 때문에 기업 대출을 늘려야 하는데 대기업 대출은 여의치 않아서 중기 대출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대신 채권 시장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늘어난 것도 한 이유다. 대기업은 자체 신용이 있기 때문에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을 발행해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굳이 은행 대출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채권 발행 금액은 86조9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늘었다. 이 가운데 일반 회사채 발행 금액(25조7712억원)은 24.1% 급증했다. 기업들의 활발한 발행에 힘입어 6월 말 회사채 발행잔액은 503조61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은 더욱 줄어들었다. 대기업의 ‘은행 외면’ 현상이 하반기에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대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금리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회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