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EU, 절충 없이 기싸움에만 몰두…'노딜' 현실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취임 이후 이어지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합의문 재협상 요구 공세에 EU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하며 대응하고 있다.

EU는 이미 양측이 서명한 브렉시트 합의문을 '가능한 최선의 방안'이라며 재협상은 안된다고 못박고 있다.
다만 EU는 양측의 미래 관계에 관해 규정한 정치적 선언은 얼마든지 재논의할 수 있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 두고 있는 것이다.

존슨 총리체제 출범 이후 영국이 오는 10월 31일 아무런 합의없이 EU를 떠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며 강공으로 나오는 것에 맞서 EU 역시 조금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양측의 '기싸움'만 치열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EU 안팎에서도 커지고 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미나 안드리에바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브렉시트 합의문은 협상 대상이 아니지만 (미래관계에 관한) 정치적 선언에 대해선 열려 있다는 EU의 입장은 현재까지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EU는 당연히 존슨 총리와 대화하고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날 스티븐 바클레이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이 영국 의회가 현재 타결된 합의문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미셸 바르니에 브렉시트 협상 EU 측 수석대표가 EU 지도자들을 설득해 브렉시트 합의문을 재협상하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이같이 받아쳤다.

전임자인 테리사 메이 전 총리와 달리 존슨 총리는 그동안 EU와 아무런 합의가 없더라도 영국은 오는 10월 31일 EU를 탈퇴할 것이라고 역설해왔다.

또 존슨 총리는 논란이 되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 국경 문제에 대한 '안전장치'를 폐기하지 않으면 EU와 재협상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이에 대해 EU 측은 브렉시트 이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에 '하드 보더'(국경 통과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마련한 안전장치를 포함해 브렉시트 합의문은 재협상할 수 없다고 맞서왔다.

앞서 EU와 영국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간 하드보더를 막기 위해 별도의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 전체를 EU의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이른바 안전장치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영국 의회는 안전장치 적용 기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을 경우 영국이 EU에 종속될 수 있다며 브렉시트 합의문 승인투표를 세 차례나 부결시켰다.

안드리에바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비난하는 것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라면서 "영국이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면 시민들과 업계에 상당한 불편을 주고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므로 우리가 할 일은 노딜(브렉시트)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양 측은 최선의 의도와 최선의 노력으로 협상했다.

양측이 타결한 합의문은 가능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거듭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