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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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 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배제 결정 직후 일식집에서 ‘낮술’을 마신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 4일 논평을 통해 “청와대와 민주당은 연일 반일·항일을 외치며 국민에게는 고통조차 감내하라고 말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어떻게 이렇게 이율배반적일 수 있단 말인가”라며 “앞에선 반일 감정을 부추기며 뒤로는 일본 술을 음미하는 한심한 작태에 국민의 분노와 불신은 커질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말 따로 행동 따로, 믿지 못할 민주당은 국민 우롱을 정도껏 하라”며 “허점투성이 이 대표는 이쯤에서 당대표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매체인 더팩트는 지난 2일 이해찬 대표가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남성 2~3명과 함께 점심을 먹고, 일본 술인 사케를 반주로 곁들였다고 전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취한 뒤 긴급 소집된 당 비상대책회의에서 이 대표가 강경 발언을 쏟아낸 직후 일식집을 찾아 술을 마신 것이라 논란이 됐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마신 술은 국산 청주인 ‘백화수복’이며, 해당 식당은 국내산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파는 곳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서재헌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김현아·김정화 대변인) 두 사람이 목소리를 높인 그 ‘사케’는 국내산 청주인데 기자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라며 “이 국내산 청주는 국내 수많은 일본식 음식점에서 ‘잔술’과 ‘도쿠리’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명절날 제사상에도 올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원하는 것은 전국의 일식집이 다 망하는 것인가”라며 “전국의 일식집 업주와 종업원들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시국이 엄중한 상황에서 집권 여당의 대표가 점심 때 술을 마신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오후에 일본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는 국회 결의안과 추가경정예산안 등 주요 안건을 처리해야할 본회의 일정이 잡혀있는 상황에서 국정 책임이 있는 여당 대표가 ‘대낮 음주’를 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승환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집권당 대표가 이 시기에 대낮부터 술타령이라면 문제가 있다”며 “과거 2006년 3·1절 때 총리로서의 골프 행보가 연상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여야가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할 초당적 대책을 대놓기는 커녕 ‘음주 공방’만 벌이고 있는 데 대한 지적도 쏟아졌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지금 정치권이 서로 으르렁거릴 때인가”라며 “정치권도 편 갈라 싸우지 말고 모든 정쟁을 뒤로 하고 뭉쳐 싸울 건 싸우고 외교적 노력도 함께 해야한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