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출품된 나고야 아이치트리엔날레 기획전, 사흘만에 중단
소녀상, 2012년 도쿄도립미술관 이어 두번째 철거
日 정부, 전방위 압력…작가·큐레이터들 "일방 통보" 반발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에 출품된 '평화의 소녀상'이 끝내 철거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관계자는 3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오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의 일방적인 통보로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가 오늘 오후 6시를 기점으로 중단됐다"라고 밝혔다.

아사히신문도 오오무라 지사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전시 중단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다.

오오무라 지사는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실행위원회 위원장이다.

오오무라 지사는 "(전시에 항의하는) 팩스와 메일, 전화가 사무국을 마비시켰다"라면서 "행사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에서 열리는 '표현의 부자유, 그 후'는 그동안 외압으로 제대로 전시되지 못한 현대미술 작품을 한데 모아 선보이기 위해 트리엔날레 기획전 형식으로 마련됐다.

전시는 1일 개막하자마자 일본 정부 인사들의 전방위적인 압력과 우익 세력의 집단 항의에 부닥쳤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관방장관이 2일 정례 회견에서 "(행사에 대한) 정부 보조금 교부 관련 사실관계를 조사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같은날 전시장을 찾은 가와무라 다카시(河村隆之) 나고야 시장은 위안부 문제가 "사실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망언을 쏟아냈다.

우익 성향 시민들이 사무국을 대상으로 테러에 가까운 항의에 나서면서 결국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 전체가 개막 사흘 만에 문을 닫게 됐다.

이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김운성·김서경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을 비롯해 안세홍 작가의 위안부 피해자 사진, 조선학교 학생의 그림 등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출품작 전체의 전시가 다음 날부터 중단된다.

실행위원회는 일단 전시장 바깥에 경찰 병력을 배치해 전시를 폐쇄하고, 철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트리엔날레 관계자가 전했다.

일본에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이 내려지는 것은 2012년 도쿄도립미술관 전시에서 20cm 크기 모형 소녀상이 '정치적 표현물'이라는 이유로 철거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큐레이터들과 참여 작가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단 통보를 받은 큐레이터들은 전시장 바깥에서 일본 정부와 아이치현 측의 조처에 대한 항의문을 작성 중인 상황이다.

이날 오전 귀국한 김운성 작가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소녀상 철거는 일본 스스로 '표현의 부자유'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성토했다.

김 작가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과 극복이 담긴 소녀상을 전시함으로써 일본 시민과 대화하려는 것인데 일본 정치인들이 끝내 이를 저지하는 것을 보면서 역시 저들 정치인은 평화를, 진실을 알려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