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는 글로벌 공급망 위협 행위…美, 국가안보 차원에서 적극 개입해야"
최근 ‘일본은 한국에서 물러서라, 삼성과 하이닉스는 화웨이가 아니다’는 칼럼에서 일본의 수출통제를 비판해 주목받은 클로드 바필드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사진)이 “일본의 수출통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의 친분을 넘어서는, 미국의 국가안보 문제”라고 말했다.

바필드 연구원은 미국 워싱턴DC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친하지만, 일본의 수출통제에 대해선 국가안보 차원의 우려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한국 수출통제를 지지하거나 적어도 묵인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미 무역대표부(USTR) 자문위원을 지낸 바필드 연구원은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통제와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의 한국 배제는 글로벌 공급망을 혼란스럽게 하는 행위”라며 “철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정부와 기업들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미국은 한·일 과거사 문제엔 중립을 유지하면서 수출통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이 모두 원하면 관여하겠다’고 한 건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었다”고 했다.

그는 특히 “미국으로서 삼성은 스웨덴 에릭슨, 핀란드 노키아에 이어 미래 5G(5세대) 통신 분야에서 중국 화웨이에 대적할 수 있는 제3의 옵션이 될 수 있다”며 “그런 옵션을 위협하는 동맹(일본)의 어떤 조치도 미국은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과 한국, 일본 모두 떠오르는 중국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일본의 수출통제는 (한·미·일)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바필드 연구원이 일방적으로 한국 편을 든 건 아니다. 그는 “일본이 (징용문제 등으로 촉발된) 한·일 갈등에 대해 전혀 보복할 수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며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드는) 수출통제 같은 건 안 된다는 얘기”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일본이 수출통제에 나설 때까지 한·일 갈등 해결에 별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