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軍 "탄도미사일 비행특성"
방사포 전력 갈수록 진화…'北 유도미사일급 방사포' 평가도
한미, 北방사포를 탄도미사일로 오인했나…'대북정보력' 논란(종합)
북한은 1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한미의 평가와 달리, 전날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 사격을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31일 쏜 2발의 발사체를 놓고 북한 발표와 한미 군 당국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북한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한미는 신형 방사포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오인한 셈이다.

대북 정보수집 및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청와대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긴급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었고,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 NSC 상임위 위원들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는 발표까지 했다.

북한 주장처럼 신형 방사포 시험 사격이라면 군과 정부가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섣불리 판단해 오히려 북한 측에 대남 비난의 빌미까지 제공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날 북한이 발사한 2발은 고도 30㎞로 250㎞를 비행했다.

저고도로 발사됐지만, 탄도미사일 고유의 포물선 궤적으로 비행했다.

국방부와 합참은 2발의 비행 특성으로 미뤄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형태라고 판단해 발표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를 쐈다고 발표를 했지만, 한미는 현재까지 비행 특성 등을 고려할 때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5월 4일과 같은 달 9일 두 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 두달이넘게 지나도록 "분석 중"이라는 답을 반복하며 해당 발사체가 어떤 것인지를 특정하지 않았다.

군사 전문가들이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했지만, 군은 "분석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다가 지난달 25일 2발을 발사하자 탐지한 지 13시간 만에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신속하게 평가했다.

5월 초 쏜 것에 대해 정확한 기종 발표를 하지 않은 데 대한 호된 비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됐다.

지난달 31일의 2발에 대해서도 첫발을 탐지한 지 3시간 30여분 만에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신속히 규정해 발표했다.

군은 이날 현재까지 이 발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합참, 북한 '방사포 발사' 발표에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비행특성" / 연합뉴스 (Yonhapnews)
북한이 발표한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는 300㎜(KN-09) 또는 유도 장치를 달고 사거리를 연장한 개량형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WS-2 다연장로켓과 유사한 400㎜ 방사포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300㎜ 신형 방사포는 사거리가 최대 200㎞로 추정돼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까지 타격권에 들어간다.

이를 개량해 사거리를 연장했다면 계룡대 이남까지도 방사포 타격권에 포함된다.

북한이 현재까지 시험 사격과 관련한 사진을 공개하지 않아 그 실체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한미가 탄도미사일 특성을 보였다고 평가한 점으로 미뤄 보통의 300㎜ 방사포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상 300㎜ 방사포는 고도가 50㎞에 달하는 데 이번 2발은 그보다 낮은 30여㎞였다.

합참도 전날 2발에 대해 정점고도가 과거와 비교해 낮은 상태로, 비행거리도 240∼330여㎞로 7월 25일과 같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또는 방사포일 가능성이 있다고 초기 분석했다.

그러나 그 후 한미 정보 및 군 당국의 융합분석 결과에 따라 비행거리 250여㎞의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수정됐다.

이에 군의 한 관계자는 "현재 추가 분석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방사포탄에 유도장치와 GPS(인공위성위치정보)를 달아 비행 성능과 정확성을 높인 것도 한미가 제원을 판단하는 데 애를 먹게 하는 요인이다.

북한은 방사포탄에 유도장치와 GPS를 장착해 미사일과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원산 호도반도 앞바다에 있는 조그만 바위섬을 타격하는 장면을 공개한 방사포탄에도 유도장치가 들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갈수록 진화하는 북한 방사포 전력에 대해 '유도미사일급 방사포'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도미사일급 방사포는 초기 발사 속도와 비행 패턴이 탄도미사일과 유사해 한미가 이번에 이를 탄도미사일로 오인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미, 北방사포를 탄도미사일로 오인했나…'대북정보력' 논란(종합)
일각에서는 최근 대북 상황과 관련해 신중하고 정확한 판단 및 평가에 앞서 군 당국이 언론발표를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이 남한을 직접 위협하고 있어 국민들에게 신속히 알리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대북 정보는 신속성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판단 및 평가가 앞서야 한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군은 대북 정찰위성을 보유하지 않고 있어 대북 영상 및 위성정보 대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수집·판단하는 대북 정보도 많지만, 핵과 미사일에 관한 정보는 절대적으로 미국의 손을 빌려야 하는 형편이다.

군 당국이 섣부른 발표로 망신을 당한 사례가 최근 몇차례 발생했다.

지난달 1일 새 떼를 정체불명 항적으로 오인해 KF-16 전투기 여러 대를 띄워 작전에 나선 사실을 즉각 발표했다.

당시 북한군 헬기 또는 무인기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군 통신망을 이용해 북한에 우발적 충돌방지를 요구하는 전화 통지문까지 발송했다.

지난달 17일에도 서해 행담도 휴게소 인근 해상에서 '잠수함 잠망경 추정 물체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는 내용을 신속하게 공개했다.

결과적으로 이 물체는 '어망 부표'로 확인되어 5시간 만에 '오인 신고'로 결론이 났다.

해당 지역은 수심이 낮아 북한 잠수함이 활동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군은 잘 알고 있을 터인데 발표를 서두르다 오히려 불안감을 조성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군과 정보기관이 수집한 대북 첩보 및 정보를 융합해서 조율하고 판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청와대의 국가안보실이 해야 하는데 그런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