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적용 어렵지만 오해 해소 차원…연내 1심 판결 따를 것"
KBS 이어 비상경영체제…"올해만 900억 적자 예상, 중간광고 시급"
MBC, '직장 괴롭힘' 주장 계약직 아나운서에 "적절한 직무 줄것"(종합)
MBC가 업무에서 부당하게 배제됐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들어 노동부에 진정을 낸 2016~2017 입사 전문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 아나운서국 고유 업무를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MBC는 31일 마포구 상암동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조사위원회의 진상 조사 결과와 시행 조치에 관해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MBC와 부당해고 여부를 놓고 소송 중인 아나운서 7명은 지난달 15일 최승호 사장에게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메일을 보냈으며 MBC는 사흘 뒤 조사위를 공식 출범했다.

조사위는 외부 변호사 1명과 사내 임원들로 구성됐으며, 조사 결과 보고는 전날 이뤄졌다.

조사위는 해당 아나운서들이 중앙노동위원회 판단에 따라 임시로 지위를 인정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정규 직원들과 동일하게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조항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회사가 해당 아나운서들에게 일거리를 주지 않고 기존 아나운서국과 공간을 분리한 데 대해선 "이미 기존 아나운서들이 프로그램에 모두 배정돼 있고, 기존 아나운서들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신고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므로 노동 인권 측면에서 이를 해소하고, 오해와 소모적인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현 상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적절한 직무를 부여하라고 권고했다.

회사는 이날 신고자들과 책상 배치, 업무 분담과 관련한 면담을 진행했다.

정영하 MBC 정책기획부장은 "책상을 재배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서 어차피 아나운서국이 두 공간을 써야 하는데, 일단 전문계약직 아나운서들을 우선으로 배려하겠다"라며 "업무 부여는 캐스팅이 제작진의 영역이기는 하지만 최대한 그들의 뜻을 반영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서부지법은 해당 아나운서 8명이 해고무효 소송과 함께 낸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이 중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1명을 제외한 7명이 MBC로 출근 중이다.

MBC는 2012년 파업 중 채용된 보도국 프리랜서 앵커가 최근 1심 판결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것과 이들의 사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최진훈 MBC 법무부장은 "2012년 사례는 기간제 근로자에 준해 처우했고, 기간제법 상한 기간이 만료하면서 무기계약직이 된 것으로 보는 게 맞는다고 판단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라며 "다만 전문계약직 아나운서들에 대한 노동위 판정은 판례나 법률 면에서 수용하기 어려워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MBC는 전문계약직 아나운서들에 대한 1심도 연내 판결이 날 것으로 보고, 그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MBC, '직장 괴롭힘' 주장 계약직 아나운서에 "적절한 직무 줄것"(종합)
한편, MBC는 KBS에 이어 하루 뒤인 다음 달 1일 자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양대 공영방송이 모두 비상경영에 들어가는 이례적인 상황을 맞았다.

MBC는 지상파 방송 광고시장 규모가 지난해 대비 올해 약 1천295억원 줄어드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축소 중이지만, 공영방송의 역할 유지와 시청자 복지를 위한 제작비 투자는 지속해서 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MBC는 올해 적자 규모가 800억~9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3년 연속 대규모 적자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영계획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MBC는 우선 다음 달부터 조직 축소, 해외 지사 효율화, 파견 대상 업무 축소, 업무추진비 축소, 일반 경비 긴축, 프로그램 탄력적인 편성과 제작비 효율화 등을 통해 지난해보다 140억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노동조합과 합의를 통해 영업성과 상여금을 연동하고, 임금피크제 확대 등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내년에는 올해보다 500억원 이상을 절감하는 자구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MBC는 그러면서도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능희 MBC 기획조정부장은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비대칭 규제, 역차별의 대표 사례가 중간광고인데 이것의 해소는 사실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했다.

그런데 현재까지도 안 되고 있어 지상파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라고 호소했다.

조 부장은 "유튜브를 포함해 모든 콘텐츠에서 중간광고를 하는데 오직 지상파만 못한다"며 "이러다 60년간 해온 시스템이 몇 년 안에 붕괴할 수 있다.

중간광고 시행에 따른 수익은 100억~200억원 추정치가 있지만 안 해봐서 모른다.

다만 광고주들이 프리미엄CM보다는 중간광고를 선호하는 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MBC는 정부에 비대칭 규제를 촉구하는 동시에 최근 드라마 시간대를 오후 10시에서 9시대로 당긴 것처럼 편성을 유연하게 하는 등 자구책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간판 예능 PD인 김태호 PD가 신작들을 들고 복귀하면서 광고 수익 증대도 기대했다.

조 부장은 "김 PD 신작 '놀면 뭐하니?' 광고는 프리뷰, 1회 모두 '완판'됐다"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