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하오 리우의 자전적 소설 '뉴욕 좀비'

소설 '뉴욕좀비'(서울셀렉션 펴냄)에서 주인공은 몸 파는 여성을 예찬한다.

인류사에서 가장 오랜 직업군 중 하나인 매춘부는 정치인을 위시한 권력자들과 달리 약속된 것 이상을 '좀비'처럼 욕망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는 강변한다.

"창녀는 몸만 팔고 절대로 영혼은 팔지 않는다.

시간당 몸을 내어놓음으로써 오로지 제한된 돈만 받는다.

창녀는 평생 영혼까지 팔아가면서 무제한으로 백성들을 사취(詐取)하는 무리와는 전혀 다른 존재다.

생계를 꾸리기 위해 몸을 팔지언정, 영혼과 육신 모두를 바쳐 스스로를 노예화하지 않는 자존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
망명 작가인 주인공 리우는 또 외친다.

"얼마나 많은 정치인, 예술인, 학자, 교수들이 매일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살며, 결국 진실을 말하는 타인까지도 진실을 말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가.

그래서 차라리 진실 없는 세상을 재미없게 살 바에는 하룻밤이라도 진실을 말하는 창녀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게 낫다.

"
소설은 재중(在中) 교포였다가 망명해 재미(在美) 교포가 된 하오 리우(한국명 유순호)가 쓴 자전적 장편이다.

'코리언 차이니즈 아메리칸'인 작가 손에서 나온 디아스포라 문학인데, 처음부터 한국어로 썼다.

이러한 인생 유전에서 보듯 작가는 명실상부한 세계인이다.

이념과 종족의 굴레에 얽히지 않는다.

그 만큼 그는 욕망과 위선, 사랑과 구원이라는 인류 보편적 문제에 진지하게 천착한다.

작가에 따르면 정도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우리는 모두 '좀비'다.

허전함과 존재의 불완전함을 채우고자 끊임없이 욕망하고 타인을 물어뜯는다.

어떤 좀비들은 타인을 공격함으로써 욕구를 만족하고 쾌락을 느낀다.

누군가를 적으로 규정해 물어뜯거나 타인이 가진 것을 빼앗으려고 거리를 무한히 배회한다.

좀비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사랑을 외치다
주인공 리우는 좀비 같은 본능과 천사처럼 되고 싶은 이상 속에서 갈등하는 망명 작가이자 기자다.

쪼들리는 형편에 외로운 처지지만 좀비처럼 모든 걸 탐하기보다는 '베푸는' 삶을 살아간다.

딸처럼 여기는 샹샹, 통정하는 사이인 루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채희. 리우는 이들 세 여성과 깊이 교류하며 욕망과 현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걸어간다.

그는 허름한 셋집에 살면서도 불법 이민 온 샹샹을 돌본다.

그리고 매춘부인 채희까지 집에 들인다.

채희는 상대하는 남성을 '고깃덩어리'로 여기며 윤락을 통해 빚도 갚고 영주권까지 얻는다.

샹샹도 훗날 사랑없는 결혼을 통해 영주권을 얻고는 이혼한다.

루시는 리우와 서로 몸을 탐할 뿐 아니라 정신적 위로도 주고받는 사이다.

리우는 이들 세 여성을 통해 좀비가 득실대는 잔인한 세상에서 삶의 의미와 구원, '진짜 사랑'의 의미를 찾는다.

'자전적 소설'임을 고백한 이 작품은 매우 적나라할 뿐 아니라 위선을 거부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창녀'에 대한 예찬부터가 그렇다.

그는 독신자가 많은 뉴욕의 매춘 산업이 얼마나 거대하게 번창하는지, 얼마나 많은 여성이 매춘으로 생계를 잇고 가족을 먹여 살리는지, 어떤 남성들이 매춘을 통해 외로움을 달래는지를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가감 없이 그려낸다.

작가 리우는 10대 시절부터 촉망받는 소설가였지만, 중국 내에서 정치적 문제로 활동이 금지되자 2002년 뉴욕으로 망명했다.

이런 배경을 드러내듯 작가는 '전체주의', 정치적 교조주의', '사회주의' 같은 것들을 혐오한다.

리우는 소설 속 분신인 '리우'를 통해 말한다.

"창녀가 나라를 구했다는 소리는 있어도 나라가 창녀들에 의해 망했다는 소리는 없다.

그러나 영혼을 팔아먹는 자들에 의해 나라가 망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사회주의 공산 대국 소련이 그렇게 무너지지 않았던가.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