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염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강원 동해안 주민들이 무더위에 지쳐가고 있다.

강릉은 이달 22일부터 밤사이 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9일째 계속되면서 시민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무더위에 지친 동해안 주민들
한낮에는 뜨거워도 밤이면 대관령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창문을 열어 놓고 잠을 청하던 시민들은 최근 장마가 종료된 이후 온풍기를 틀어 놓은 듯한 뜨뜻한 바람이 방안으로 밀려들자 에어컨 바람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에어컨을 켜다 끄기를 반복하느라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면서 직장에서 조는 모습이 목격되는 등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열대야에 시달리는 시민들은 찜통더위에는 저녁 회식을 갖지 않는 등 모임마저 등을 최소화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야간이면 에어컨 부럽지 않은 바람이 부는 곳으로 유명한 남대천 하류 솔바람다리를 찾는 시민들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열대야가 시작된 지난주 초 다리 위를 걷는 것만으로도 열기를 식히던 시민들은 최근에는 아예 돗자리를 깔아놓고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도심과 10도 가까이 온도 차이가 나는 대관령 정상도 피서지로 명성을 얻고 있다.

일부 주민은 시골 텃밭에 설치한 농막이나 감자 저장고로 탈출해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경포해수욕장 백사장은 이번 주 들어 대낮에는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무더위에 지친 동해안 주민들
열기에 백사장이 후끈 달아오르자 해변을 찾은 피서객들은 시원한 소나무 숲에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피서객들은 해가 지면 다시 백사장으로 쏟아져 나와 바닷바람에 몸을 식힌다.

주민 김선구(48)씨는 "최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밤에 에어컨을 끄고 켜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면서 "더위를 식히려고 어젯밤에 바닷가에 나가 보니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고 말했다.

도심 전체가 거대한 한증막처럼 변하자 강릉시는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에 안개 분무시설인 쿨링 포그를 틀어놓고 얼음덩이까지 갖다 놓았다.

"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무더위에 지친 동해안 주민들
30일 버스 승강장과 터미널 등 16개소에 얼음 26개를 배치한 강릉시는 31일에는 6개소를 추가할 방침이다.

또 한여름에도 냉기가 가득한 컬링경기장을 올해도 시민들의 무더위 쉼터로 개방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시 관계자는 "얼음을 갖다 놓으면 폭염에도 주변의 온도를 5도가량 떨어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면서 "시민들이 희망하는 곳에는 얼음을 확대해 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