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화물차 기사들을 집단 해고해 물의를 빚은 농협물류 안성농식품 물류센터에서 이번엔 농협 계열사 관리자들이 수년간 하청업체로부터 돈을 뜯은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30일 농협 등에 따르면 경기 평택의 한 인력 공급 용역업체인 T사는 2017년 3월부터 농협중앙회 계열사 중 한 곳인 농협파트너스(옛 협동기획)와 계약을 맺고 안성 농협물류에 상하역 작업 인력을 공급해왔다.
제공한 인력 규모는 하루 평균 80명이었고, 인건비는 매달 용역비 견적서를 내면 농협파트너스가 결제하는 방식이었다.
T사는 2년 4개월여간 하청업체로 있으면서 농협파트너스 관리자급 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상납금을 바치고, 요구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돈을 주거나 향응을 제공해 총 1억원가량을 뜯겼다고 폭로하고 나섰다.
T사 관계자는 "2017년 3월께 처음엔 장어를 사서 직원들과 나눠 먹겠다며 100만원을 요구하더니 이후 버섯이나 장뇌삼을 사서 (윗선에) 나눠줘야 한다며 계속해 돈을 요구했다"며 "그러더니 '이런 방식으로 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돈을 달라'고 해 매월 평균 300만원가량을 뜯어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달라는 대로 돈을 부쳐줘야 하는 입장에 처하니 마치 은행 현금인출기가 된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상납 초반에는 매월 10일 전후 출금해 안성 물류센터 인근의 한 편의점이나 커피숍 등에서 직접 전해주다가 나중에는 계좌로 이체해줬다고 돈을 보낸 정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또 수시로 관리자급 직원 A씨가 문자메시지를 보내 돈을 요구하면 이체해줬다는 것이다.
이 같은 폭로는 지난달 말 T사가 농협파트너스와의 계약만료 이후 일용직 직원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게 되자, 농협파트너스와 퇴직금 지급 주체를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공익 제보를 통해 불거졌다.
실제로 연합뉴스가 확보한 T사의 계좌내역을 보면, 매월 10일 전후로 100만∼500만원을 현금으로 출금한 사실이 나와 있다.
또 T사 대표 문자메시지 내역에는 A씨가 돈을 요구하면서 찍어준 계좌번호 등 구체적인 증거도 다수 있었고, 주점에서 술값을 내지 않고 가버려 T사가 돈을 대신 지불한 내용도 있었다.
T사 관계자는 "하청업체 입장에선 농협파트너스 관리자들이 인력관리의 전권을 갖고 있어서 금전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며 "A씨는 상납금을 윗선에도 전달한다고 말해왔다"고 전했다.
이밖에 T사는 A씨에게는 법인 소유 차량(SM520)을, 또 다른 관리자급 B씨에게는 렌터카(그랜저IG)를 제공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내가) 불찰이 있었던 것 같다"며 "처음 현장에 갑자기 인력이 필요해 T사에 요청한 일이 있었는데 그게 인연이 돼 T사가 정식 하청업체가 됐고, 이 점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고 이해하고 받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받은 돈의 규모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T사측이 그렇다고(1억원가량이라고) 한다면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B씨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취재가 시작되자 농협파트너스는 A씨와 B씨를 대기발령 하는 한편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농협파트너스 관계자는 "금품을 수수한 현장 직원들에 대해서는 감사를 진행해 불법행위가 발각될 경우 엄중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며 "향후 내부통제를 강화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올해 3월 말 안성 농협물류는 화물연대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화물차 기사 81명을 무더기로 계약 해지해 물의를 빚었으며, 4월 26일 시위를 벌이던 기사들과 전원 재계약, 운송료 5% 인상, 장거리 운행수당 확대·차량 연령 제한 연장 등에 가까스로 합의하면서 갈등은 봉합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배차 담당 직원이 기사들로부터 돈을 뜯었다는 고발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