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인권위 "수사 진행상황 통지 확대 권고"…경찰청, 제도 개선 예정
구속영장 신청 시 변호인에게 통지…피의자 방어권 보장
앞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와 그 변호인에게 구속영장 신청 사실 등 주요 수사 진행 상황이 통지된다.

경찰청 인권위원회는 이달 9일 정기회의를 열어 '수사 절차상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변호인에 대한 통지 확대를 권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권고에는 고소·고발 사건 배당, 구속영장 신청 관련 절차와 결과, 송치·이송·내사 종결·즉결심판 등 사건 처리 결과 등을 변호인에게 통지하고, 이를 문자로 자동 통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청 인권위는 구속영장 신청을 비롯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일정, 영장 발부 여부를 변호인에게 통지하도록 권고했다.

또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기각하거나 보완지시를 내려도 이 사실을 알리도록 했다.

그동안 경찰은 사건 당사자의 신분과 규정에 따라 수사단계별 진행 상황을 통지해왔다.

다만 피의자와 변호인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경찰은 영장실질심사 일정이 잡혔을 경우 이를 피의자에게 알려 출석을 요청했지만, 영장 신청이나 청구 사실은 피의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특히 검찰 단계에서 영장이 기각되거나 보완 지시가 내려올 경우 이 사실이 알려지면 수사의 취약점이 드러나는 측면이 있어 변호인 통지를 꺼려왔다.

하지만 인권 측면에서 피의자 방어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게 경찰청 인권위의 판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 사실을 변호인에게 통지함으로써 검사가 청구 또는 기각을 결정하기까지 과정에서 변호인은 서면 또는 구두로 검찰에 변론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영장 신청 사실을 통보하지 않아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구속영장 신청 사실을 알아내기 위한 물밑 작업이 치열했다"며 "변호사들이 인맥을 활용해 영장 신청 여부를 파악하는 관행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철저하게 증거에 입각한 수사 문화와 불구속 수사 원칙이 자리를 잡을 것으로 경찰은 기대했다.

경찰 관계자는 미체포 상태의 피의자에게 영장 신청 사실이 통보되면 도주 우려가 커진다는 지적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으면 사전에 출국금지 조처를 하고 있고 피의자 신분이 특정되면 도주한다고 해도 거의 100% 검거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수사국은 경찰청 인권위 권고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경찰청 인권위의 권고가 있을 경우 경찰청장이나 소관 기능은 권고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구체적 이행계획을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다만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범죄수사 규칙과 변호인 접견·참여 등 규칙 등 훈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청 인권위는 경찰행정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목적으로 2005년 발족한 경찰청장 자문기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