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교대 2학년 남학생, 만취운전 차량에 치여 숨져…모교에서 노제
음주 뺑소니에 못 피고 꺾인 '축구 잘하는 선생님'의 꿈
아들을 먼저 보낸 아버지는 울음을 감췄다.

29일 오전 광주교육대 교정에 운구차가 들어섰다.

차에 실린 관 앞에 영정사진이 놓이고, 70여명의 대학 선후배, 친구들이 고개를 숙이고 흐느꼈다.

유족들은 땅을 치며 통곡했고, 그 가운데 아들의 아버지는 "갈 길이 멀다"며 노제를 마친 장례객들을 서둘러 차에 태웠다.

아들은 전날 새벽 숨졌다.

밤새워 공부했는지, 친구들을 만났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늦은 귀갓길 아들은 한산한 도로를 건넜다.

갑자기 하얀 SUV 한대가 그대로 달려와 새벽을 뒤흔드는 '쿵'하는 소리를 내고 아들을 들이받았다.

차의 앞 유리도 깨지고 차체도 구겨져 아들의 온몸을 부순 충격이 얼마나 심했는지 가늠케 했다.

그러나 사고를 낸 차량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달려 2~3㎞ 떨어진 유원지 인근에 멈춰 섰다.

차량 운전자는 결국 시민들의 잇따른 목격 신고로 차량 옆에서 머리를 감싸 쥐고, 전화기를 손에 쥔 채 쭈그려 앉아있다가 붙잡혔다.

만취 운전자였다.

혈중알코올농도 0.158%로 잔뜩 술에 취해 운전한 범인(28)은 "겁이 나서 도망갔다"고 말했다.

음주 뺑소니에 못 피고 꺾인 '축구 잘하는 선생님'의 꿈
아들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에게 교육대에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말 대신 "교대에 가겠다"고 말하는 아들의 속마음을 아버지는 알 길이 없었지만, 따로 연유를 묻지 않았다.

아들은 희망하는 대로 교대에 갔고, 선생님이 되기 위한 계단을 하나하나 밟아 올라갔다.

그러던 중 아버지는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먼저 보내는 자신보다는 먼저 떠나는 아들이 안타까웠다.

어린 시절부터 땀 흘려 고생한 결실을 몇해만 지나면 볼 수 있을 텐데, 피지도 못하고 져버린 아들이 눈물겨웠다.

아들의 실수로 벌어진 일도 아니고, 음주운전에다 뺑소니라니 더욱 믿을 수 없었다.

경찰서에 유족으로 불려가 조사받으며, 아버지는 범인을 애써 보지 않으려 했다.

'용서하는 삶'을 살았다고 자부했지만, 아들을 죽인 범인은 용서하고 싶지 않았다.

음주 뺑소니에 못 피고 꺾인 '축구 잘하는 선생님'의 꿈
아버지는 만 하루만 지내는 아들의 장례식장을 찾아온 친구들로부터 아들의 속마음을 전해 들었다.

아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축구를 좋아한 아들이었고, 그래서 아들은 '축구 잘하는 선생님'이 되겠다고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아들의 꿈을 뒤늦게 들은 아버지는 세상 사람들의 전하는 위로를 손사래 치며 "아들을 보내야 한다"며 운구차에 다시 올라 아들과 함께 길을 나섰다.

아버지는 "음주운전 처벌이 강화됐다는 데도 이런 일어 벌어져 믿을 수 없고 씁쓸하기만 하다"며 "먼저 떠나는 아들의 마음이 억울할 것 같아 아프다"고 말했다.

경찰은 범인을 특가법상 도주 치사죄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는 다른 음주 사고의 희생자인 윤창호 씨가 세상에 남긴 법의 적용을 받아 최고 무기징역, 최저 3년 이상 징역형의 처벌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