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6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팬들을 몰고다니는 스타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임동혁, 선우예권이 나란히 한 피아노 앞에 앉아 라흐마니노프의 ‘여섯 손을 위한 로망스’를 쳤다. 클래식 매니지먼트·기획사들이 합심해 마련한 기획공연 ‘스타즈 온 스테이지’(사진)의 앙코르 곡이었다. 세 명의 소속사가 달라 이전엔 볼 수 없던 무대였다.

이들뿐 아니라 소프라노 황수미,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김봄소리,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관현악 주자들이 뭉친 클럽M 등 7개사 21명의 연주자가 이날 공연에 함께했다. 네 팀으로 나눠 한 시간씩 공연하고 1시간30분 휴식하는 릴레이 방식으로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공연을 이어갔다. 객석은 가득 찼다. 관람권 가격은 전석 회당 3만5000원으로 저렴한 편이었고 패키지 구매 시 30% 할인 혜택도 줬다. 클래식에 대한 관심을 높여보자는 기획 의도에 공감한 참여사들이 출연료를 낮췄고, 롯데콘서트홀도 공연장 후원으로 힘을 보탰기에 가능했다.

올해 두 번째 ‘스타즈 온 스테이지’의 일정과 프로그램이 최근 공개됐다. 오는 10월 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무대가 펼쳐진다. 오후 5시부터 피아니스트 임주희와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의 듀오, 첼리스트 문태국과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피아니스트 벤 킴의 트리오, 지난 6월 ‘디토 페스티벌’을 통해 고별 인사를 했던 앙상블 디토의 5중주가 이어진다. 연주팀별로 3회로 구분했지만 사실상 짧은 휴식시간이 포함된 100분간의 1회 공연이다. 지난해 축제 같았던 풍성한 레퍼토리와 연주 무대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다소 김이 샐 만한 구성과 프로그램이다. R석 10만원, S석 8만원, A석 5만원 등으로 관람권 가격은 올랐고, 골라볼 수 있는 재미는 사라졌다.

이는 당초 기획 취지대로 여러 기획사의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게 아니라 크레디아 단독으로 여는 공연이 됐기 때문이다. 올해는 크레디아에 속해 있거나 크레디아가 섭외한 연주자만 무대에 선다. 지난해 ‘스타즈 온 스테이지’에 참여했던 한 기획사 관계자는 “기획 방향이 크레디아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다른 회사들이 관여할 여지가 없어졌다”며 “의견 조율이 어려워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자간담회까지 열고 “힘을 합쳐 클래식의 판을 키워보자”던 행사가 1년 만에 ‘나 홀로 행사’가 되면서 기획 취지가 무색해졌다. 공연 규모와 참여하는 연주자 수도 줄어들었다. 클래식 팬들을 설레게 했던 지난해 ‘스타들의 축제’는 깜짝 행사로 끝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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