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기는 ‘슈퍼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주인공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축구 팬들은 호날두가 뛰는 모습을 보기 위해 몰렸다. 60억원이 넘는 티켓은 금방 동이 났다.
시작부터 어긋났다. 유벤투스는 이날 오전 중국 난징을 떠나 오후 1시께 전세기 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었다. 출발지 기상 악화로 지연됐고 예정보다 2시간 늦게 한국에 도착했다. 이로 인해 예정했던 팬 사인회도 취소됐다.
여기에 유벤투스는 경기장에 제때 도착하지 않는 결례를 범했다. 경기 시작은 오후 8시였지만 유벤투스 선수들은 8시4분에야 경기장에 도착했다. 그럼에도 팬들은 기다렸다. 관중들은 주최 측이 대회 전 “호날두가 최소 45분 이상 소화해야한다는 조항을 계약에 넣었다”고 밝힌 내용을 철썩 같이 믿었다.
하지만 호날두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후반이 되서도 유벤투스 선수들은 교체됐지만 호날두는 끝까지 벤치를 지켰다. 그의 표정은 마치 이날 경기에 뛰지 않기로 한 선수 같았다. 그는 끝까지 초록색의 훈련 조끼를 걸치고 있었다.
결국 현장에 있던 관중들은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떴다. 호날두를 향한 응원은 야유로 변해 있었다. 12년만의 호날두의 한국 방문은 그렇게 끝났다. 3-3으로 끝난 경기 결과에 주목하는 관중은 사실상 없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