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 등 참여 지역사회 설문서 60% 가까이 반대
'총기참사 상징' 美컬럼바인 고교 건물 철거 않기로
미국에서 학교 총기참사사건의 상징처럼 돼 모방범죄를 자극한다는 우려에 철거 기로에 놓였던 콜로라도주 컬럼바인고교 건물이 보존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컬럼바인고교가 속한 제퍼슨카운티 교육구의 제이슨 글래스 교육감은 24일(현지시간) 학교 철거에 대한 지역사회 설문조사 결과를 접수한 뒤 낸 성명에서 "학교를 개축하는 데 대해 (지역 사회의) 합의를 보지 못했다는 게 확실하다"며 철거 계획이 시행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고 AP,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7천명 가까이가 참여한 이 설문조사에서 약 60%는 학교 철거 등의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글래스 교육감은 "반대 목소리를 낸 이들은 개축이 낭비이자 불필요한 세금 부담이라고 우려했으며, (학교가) 개축된다고 하더라도 학교에 난입하는 이들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교육구 측은 6천만~7천만 달러(약 710억원~818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기존 학교 건물을 철거하고 새 학교를 세우려는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구는 대신 기존 예산으로 외부인들이 몰려와 사진을 찍는 등 관심을 특히 많이 받는 학교 건물 정면을 개축하고, 학교 주변의 보안을 강화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총기참사 상징' 美컬럼바인 고교 건물 철거 않기로
앞서 지난달 제퍼슨카운티 교육구는 컬럼바인고교가 있는 덴버 인근 소도시 리틀턴의 교직원, 학생, 학부모와 지역 사회 지도자 등에게 서한을 보내 학교를 철거하고 개축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교육구는 서한에서 많은 총격범이 컬럼바인고교를 "섬뜩한 동기 또는 영감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매년 이 학교에 난입하려는 시도가 적발되고 있다며 학교 보안에 우려를 드러냈다.

올해에만 2천400명 넘는 무단 침입자들이 보안요원에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컬럼바인고교 총격 참사는 1999년 4월 20일 이 학교 재학생이던 에릭 해리스(당시 18세), 딜런 클리볼드(당시 17세)가 교정에서 총탄 900여 발을 무차별 난사해 학생·교사 등 13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볼링 포 컬럼바인'의 소재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 사건은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총격 용의자의 모방 범죄를 유발한 것으로 최근 조사에서 나타났다.

지난 4월에는 참사 20주기를 앞두고 플로리다주에 사는 18세 여성이 총기를 들고 컬럼바인고교 일대를 배회하며 총격 협박을 가하다가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도 발생했다.

또 5월에는 컬럼바인고교에서 단 8㎞ 떨어진 스템스쿨에서 총격이 발생해 학생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