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훈의 골프 확대경] 석 달 사이 메이저 4차례…내년엔 올림픽까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2018~2019년 시즌이 벌써 폐막이 코 앞이다.

25일(한국시간) 개막하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페덱스 세인트주드 인비테이셔널을 마치면 PGA투어 정규 시즌 대회는 윈덤 챔피언십 하나만 남는다.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대회 3개 가운데 시즌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은 8월 26일 끝난다.

시즌 폐막이 한 달 남은 셈이다.

PGA투어는 올해부터 이렇게 일찌감치 시즌을 마무리하는 새로운 일정을 채택했다.

시장에서 경쟁하는 프로야구, 프로농구,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 최강의 스포츠 이벤트 미국프로풋볼(NFL) 경기 일정을 고려한 '혁신'이다.

그러나 이 새로운 일정을 처음 겪어본 선수들에게는 힘겨워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특히 결코 빠져서는 안 되는 메이저대회 4개를 석 달 동안 치러야 했다.

이번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1라운드와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디오픈 최종 라운드까지는 불과 102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작년 디오픈 챔피언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는 디오픈을 마친 뒤 "마스터스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메이저대회 4개가 다 끝났다"면서 "적응이 안 된다"고 말했다.

몰리나리는 디오픈에 이어 열리는 페덱스 세인트주드 인비테이셔널을 건너뛴다.

세계랭킹 50위 이내와 주요 투어 대회 우승 선수만 모아 꼴찌에게도 4만달러가 넘는 상금을 주는 '돈 잔치' 페덱스 세인트주드 인비테이셔널은 웬만하면 거르지 않는 대회지만 올해는 5명이나 불참했다.

몰리나리 말고도 디오픈 챔피언 셰인 라우리(아일랜드)와 타이거 우즈(미국), 리키 파울러(미국) 등이 이 대회를 쉬는 건 빡빡한 일정과 무관하지 않다.

디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도 "일정이 숨 가쁘다.

무엇보다 경기력이 떨어지면 보완할 시간이 없다.

항상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해야 버틸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는 "작년까지는 마스터스가 끝나면 한달 이상 메이저대회 대비는 잊고 지냈다"면서 "올해는 메이저대회 격전을 치르고 나서 숨 돌린 틈이 없이 또 메이저대회를 맞아야 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지난해 시즌 막판에 체력이 고갈돼 허덕였던 우즈는 마스터스부터 디오픈까지 석 달 동안 16개 대회만 출전해 체력을 안배했지만 웬만한 선수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

내년엔 올해보다 더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메이저대회만큼 중요한 올림픽과 라이더컵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나마 라이더컵은 시즌이 끝난 뒤에 치르지만 올림픽 골프 경기는 8월이다.

최정상급 선수들은 석달 사이에 메이저대회 4개와 올림픽 골프를 소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몰리나리는 "올림픽을 생각하면 내년 경기 일정은 어떤 선수도 쉽지 않을 듯하다"고 벌써 우려를 나타냈다.

시즌 조기 폐막의 여파 가운데 하나는 길어진 '메이저 공백'이다.

디오픈 최종 라운드부터 내년 마스터스까지 팬들은 무려 263일 동안 메이저대회 구경을 못 한다.

거의 1년에 가까운 기간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