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쌀 수령 거부" 韓美연합훈련 때문?…정부 "확인 중"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남측의 대북식량지원 계획과 관련,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문제삼으며 돌연 `수령 거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부는 24일 북한이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연습을 이유로 WFP에 남측의 쌀 지원 거부 의사를 밝혔다는 보도에 대해 "WFP가 북한과 실무협의 과정에서 북한 내부에 이러한 입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WFP를 통해 북측 공식 입장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WFP 평양사무소는 카운터파트인 북한 외무성 담당자와 실무협의 진행하는 과정에서 북측으로부터 관련 입장을 들었으며, 이를 통일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주말 WFP로부터 관련 내용을 공유받았다며 "WFP가 그런 입장을 전달받은 직후에 저희에 알려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실무협의 단계에서 있던 것이고, 앞으로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단정하지는 않고 있는 단계"라며 "WFP도 국제기구이고, 공신력이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부터 명확하게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식량난 타개를 위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국내산 쌀 5만t을 WFP를 통해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최근 WFP와 업무협약을 맺고 관련 절차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이미 선박 섭외 등의 절차가 지연된 상황에서 북측의 내부 입장이 확인된 만큼, 쌀 수송 준비도 당분간 일시 중단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준비는 계속 하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더 이상의 진전된 절차는 진행을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최종적인 답변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준비는 하지만 `확정 절차`를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정부의 직접적인 대북식량지원의 경우 남북 당국 간 협의 과정에서 무산된 사례가 있지만, WFP를 통한 간접 지원을 북한이 거부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이날 `내부 입장`이라는 이유로 신중함을 보였지만, 일각에서는 북한 체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상부의 지시없이 실무급에서 관련 얘기를 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아울러 북한이 최근 판문점 회동으로 재개하기로 합의한 북미 실무협상과 한미 군사연습을 연계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태도의 연장선으로도 풀이된다.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앞으로 상황에 대해 예단해 말씀드리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다만 정부는 인도적 동포애적 견지에서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식량지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북한 쌀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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