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사진=연합뉴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사진=연합뉴스
한·일 무역 갈등이 깊어지고 있지만, 사실 월스트리트에서는 한·일 이슈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한국에 대한 투자를 계속 줄여온데다, 한 때 일부 헤지펀드 등이 주목했던 바이오·헬스케어 주식에 대한 관심도 ‘인보사’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코오롱티슈진, 신약 후보물질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에 실패한 에이치엘비 등으로 인해 식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생산 차질을 빚어 메모리 반도체 값이 급등하고 애플 아마존 등까지 피해를 입는 상황이 되어야 뭔가 코멘트라도 나올 듯 합니다.

월가에서 한국 주식을 영업하는 한 국내 증권사 뉴욕 지점장의 말을 전합니다.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의 바이오·헬스케어 주식에서 손떼는 분위기다. 세계적으로도 바이오·헬스케어 주식에 대한 관심이 식어가고 있는데다, 그동안 국내 바이오 회사에서 바이오시밀러 몇 개 빼놓고는 신약을 제대로 개발한 게 없다. 한미약품도 그렇고 코오롱티슈진 사태에 이어 최근 위암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던 에이치엘비도 실패했다.

▶바이오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다. 최근 완공된 3공장에서 계약 수주가 지연되고 있다. 바이오로직스가 밝혔듯이 올 연말 기준으로 3공장 캐파의 50%를 채우는 게 목표인데, 문제가 생겼다. 글로벌 제약사들과 장기 계약을 논의해왔는데, 김태한 사장이 계속 검찰에 끌려다니는 등 잡음이 많다보니 글로벌 제약사들 내부에서 검토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즉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장기 계약이 혹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이슈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지 검토하는데 시간이 걸려 계약 사인이 지연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원래 계획보다 수주활동이 지연되고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

▶헤지펀드 등 외국 투자자들이 보는 한국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유동성이 없다는 것이다. 무차입 공매도가 금지되다보니 주식을 산 뒤에 적절하게 헤지를 할 수단이 없다. 그러다보니 아예 한국 시장에서 거래를 줄이고 있다. 한 롱펀드는 지난 상반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한국 관련 매매 수수료가 30~40%가 줄었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 주식 중에서는 최근 네이버에 대해 묻는 곳들이 있다. 펀더멘털보다는 밸류에이션으로 볼 때 너무 싸졌다는 게 이유다.

▶현재 미국 투자자들은 세계적으로, 그리고 미국 증시에 대해서도 불안감이 많다. 너무 올라서 불안한데, 유동성 장세로 인해 계속 오르니까 더욱 더 불안해하고 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미국 증시가 제일 낫다고 본다. 그리고 현금 비중을 늘이고 있다. 대신 이머징 마켓 투자는 줄이는 분위기다. 도이치뱅크가 최근 전세계에서 철수하기로 한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 비중도 최근 대놓고 줄이는 곳들이 많다.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본다.

▶한·일 갈등에 대해선 심각하게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별로 없다. “왜 그렇게 싸우냐” 정도를 물어보는 수준이고, 대부분은 생각보다는 이번 갈등이 길게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심을 갖는 쪽도 메모리 가격이 오른다니까 관심을 보이는 식이다.

그동안 반도체주에 투자하던 펀드들은 그동안 삼성전자가 수요예측을 잘못해서 과잉생산을 하는 바람에 반도체 값이 떨어졌다고 불평하는 곳들이 많다. 물론 주로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주식을 많이 쥐고 있는 펀드들이다.

▶월스트리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내년 재선을 거의 당연시하고 있다. 트럼프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민주당은 트럼프보다 더 싫다는 식이다. 트럼프의 정책에 대항해 내놓은 정책들이 거의 공산주의 정책이라는 것이다.

또 민주당이 교사 공무원 등 공공직 노조들을 지원하는 데 대해서도 반감이 심하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뉴욕=김현석 특파원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