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서 23일부터 두 달 간 '실경산수화' 특별전
수려한 그림 360점 모아…여름 맞아 시원한 공간 연출
1788년 금강산 유람한 김홍도와 김응환이 남긴 그림(종합)
정조 12년(1788) 김홍도(1745∼?)와 김응환(1742∼1789)은 어명으로 약 50일간 영동 지방과 금강산을 유람했다.

두 화가는 당시 감상한 풍경을 산수화로 남겼다.

실제로 본 경치를 화폭에 담은 이른바 '실경산수화'(實景山水畵)였다.

김홍도보다 덜 알려진 김응환은 '중국 화가의 필적'이라거나 '정밀한 그림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경치에서 느껴지는 인상과 특징을 포착해 간결하게 표현하는 데 능했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특별전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 개막을 하루 앞둔 22일 김응환 그림 '해악전도첩'(海嶽全圖帖)을 공개했다.

개인이 소장한 이 유물은 모두 60점으로 구성되는데, 이번에 펼쳐놓은 약 40점은 대부분 일반에 처음 선보인다.

이수미 중앙박물관 미술부장은 "김홍도가 꼼꼼하고 세세한 그림을 그렸다면, 김응환은 거침없는 필치로 붓을 놀렸다"며 "같은 풍경을 두 사람이 어떻게 다르게 표현했는지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도는 김응환과 함께 금강산을 둘러보고 임금이 보는 어람용(御覽用) 두루마기를 제작했다고는 하나 현존하지 않는다.

그 대신 중앙박물관에 밑그림이라고 할 만한 초본(草本)이 있다.

묵필로 그린 그림 32점이 있는 '해동명산도첩'(海東名山圖帖)이다.

김울림 국립춘천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김홍도는 매우 빠른 속도로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구체적 디테일을 생동감 있게 전했다"며 "초본이 이후 제작한 어람본의 원형이 됐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1788년 금강산 유람한 김홍도와 김응환이 남긴 그림(종합)
이번 특별전에는 김응환과 김홍도가 금강산에 다녀간 뒤 그린 그림을 비롯해 고려시대 후기부터 조선시대 후기까지 많은 화가가 아름다운 우리 산하를 묘사한 실경산수화 약 360점이 나왔다.

실경산수화는 한자 뜻풀이대로 실존하는 산천을 그린 산수화다.

그 전통은 전시장 초입에 전시된 소형 불화인 '담무갈보살도'(曇無竭菩薩圖)에서 확인된다.

고려 후기인 1307년에 노영이 완성한 작품으로, 수직선을 그어 금강산을 표현했다.

조선 전기 실경산수화로는 모임을 그린 계회도(契會圖)가 있다.

중앙박물관은 임진왜란 이전에 실경산수화 전통이 존재했음을 알려주는 작품인 '경포대도'와 '총석정도'를 최근 기증받아 처음으로 공개했다.

현존하는 조선 산수화는 후기 작품이 많다.

특히 겸재 정선(1676∼1759)은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 화풍을 대표하는 화가로 유명하다.

전시장에 걸린 풍악도첩(楓嶽圖帖)은 세밀한 필치와 과감한 구도가 인상적이다.

이수미 부장은 "진경산수화는 18세기 이후 정선의 영향권에 있는 실경산수화라고 보면 된다"며 "진경산수 화가들은 실경산수화 전통 위에서 중국 남종화 양식을 수용하고, 자연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해 독창적 시각과 화법을 심화했다"고 말했다.

1788년 금강산 유람한 김홍도와 김응환이 남긴 그림(종합)
전시는 뛰어난 산수화를 단순히 진열하지 않고 실경산수화 개념과 등장 배경을 설명하고, 제작 과정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제1부 '실재하는 산수를 그리다'에서 실경산수화를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제2부에서는 김홍도가 묘사한 금강산 초본과 정수영(1743∼1797)이 한강과 임진강을 유람하고 그린 두루마리를 중심으로 초본을 전시했다.

이어 제3부는 화가가 초본과 답사 기억을 바탕으로 자연 풍경을 어떻게 재구성해 작품을 완성했는지 보여주고, 제4부는 작가가 실경을 뛰어넘어 경치를 재해석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관람객이 확인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이인상(1710∼1760)이 금강산을 답사하고 15년 뒤에 그린 '구룡연도'(九龍淵圖)에는 '심회'(心會), 즉 마음으로 이해한 바를 담았다는 발문이 있어 조선시대 화가들이 눈앞에 보인 풍경만을 소재로 삼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1788년 금강산 유람한 김홍도와 김응환이 남긴 그림(종합)
전시장에는 여름을 맞아 중간에 시원한 폭포를 떠올리게 하는 푸른색 미디어아트를 설치했다.

또 박물관은 작품 목록과 산수화 대상이 된 지역을 표시한 지도를 수록한 안내물을 제작했다.

실경산수화로 그린 지역을 보면 금강산과 서울이 압도적으로 많다.

9월 22일까지 열리는 특별전과 연계해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에서도 조선시대 그림 32점을 11월 초까지 전시한다.

배기동 중앙박물관장은 "우리 강산은 참으로 인간적인데, 그 풍경을 화가들이 각자 미감으로 그렸다"며 "1999년 금강산 전시에 이어 20년 만에 북한 지역을 그린 산수화를 대거 선보이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음속까지 시원함을 느끼는 전시라고 자부한다"며 "올여름에 피서지가 하나 더 늘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