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작지만 맛있는 커피점'
80년대 이후 글로벌 기업 도약
'스페셜티' 용어 1974년 첫 등장
1960년대 미국 대학생들은 유럽 배낭여행을 많이 갔다. 시애틀대를 다니던 제리 볼드윈, 고든 바우커, 제브 시글도 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커피 맛을 알기 시작했다. 좋은 커피를 구하려고 시애틀에서 밴쿠버의 한 프리미엄 마켓까지 매주 왕복 6시간 이상 차를 몰기도 했다. 이들은 시애틀에 작은 커피 하우스를 직접 내기로 했다. 작지만 품질이 뛰어난 커피를 로스팅하는 회사. 소설 《모비딕》에 나오는 일등 항해사 스타벅의 이름을 따 스타벅스라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리미엄 커피로 이름난 피츠(Peet’s)커피에서 원두를 납품받아 시애틀에 첫 매장을 낸 게 1971년. 통원두 판매로 순식간에 이름을 알리면서 3년 만에 3호점을 내고 지역 최대의 로스팅 업체로 성장했다. 볼드윈은 “되돌아보면 그 시절은 낭만주의 시대였던 것 같다. 수많은 젊은이가 열광했던 시대”라고 했다.
스타벅스가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브랜드로 바뀐 건 1987년. ‘일 지오날레’ 카페의 운영자 하워드 슐츠가 스타벅스 브랜드를 사들인 이후다. 슐츠는 이후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기반의 세계적인 커피 체인으로 탈바꿈시켰다.
스페셜티 커피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도 스타벅스가 탄생한 1970년대다. 당시 미국 스페셜티 커피 수입업계의 1인자이자 최초의 여성 커피 트레이더였던 에르나 크누첸. 샌프란시스코의 커피와 향신료 수입회사 BC아일랜드에서 비서로 일하던 크누첸은 일본과 유럽으로 향하던 최상급 생두를 웃돈을 주고 사와 미국 시장에 소개했다.
그가 1974년 한 커피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판매하는 고급 커피 원두를 기존 용어인 ‘고메 커피’ 대신 ‘스페셜티 커피’라고 언급한 게 최초의 기록으로 알려져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