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동의 없이 불법으로 녹음된 대화 내용을 함부로 보도한 언론인들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제주법원 "불법 녹취 내용 보도 신중해야"…언론인 '집유'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18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49)씨에 대해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성모(51)씨 등 언론인 3명에 대해서는 모두에게 징역 6월 및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불법 녹음 파일을 언론사에 제보한 이씨는 2016년 12월 22일 제주시 모 여행사 사무실에 침입해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소파 밑에 녹음장치를 숨겨 여행업체 대표 A씨와 원희룡 제주지사의 전 보좌관인 B씨의 대화를 녹음했다.

그는 6·13 지방선거가 진행 중인 2018년 5월 12일 녹음파일을 제주의 한 언론사 대표와 편집국장, 기자 등에게 들려주고 보도해달라는 취지로 불법 녹음된 대화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언론사는 같은 달 16일부터 25일까지 해당 대화내용을 공개하며 8차례에 걸쳐 무소속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의 정책보좌관이 제주의 '비선실세'로 '도정농단'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인터넷을 통해 보도했다.

의혹 보도가 계속되자 원 후보 측은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대 후보의 지지세가 떨어지자 정치적으로 음해하기 위한 행위"라고 반박했다.

통신비밀보호법과 형사소송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해선 안되고, 이를 공개하거나 누설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씨에 대해 "타인 간의 사적이고 내밀한 대화를 불법 녹음한 뒤 이를 누설했고, 투자금 회수를 위해 불법녹음을 했음에도 마치 공익적 목적으로 언론사에 제보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3명의 언론인에 대해서도 "공익제보의 성격을 가진 제보가 들어왔다 하더라도 제보 내용을 그대로 신뢰하지 말고, 그 내용이 객관적인 사실인지 여부를 살펴 개인의 기본권 침해가 최소화되도록 적합한 보도 수단과 행태를 선택해야 하지만 (피고인들은) 언론인에게 부여된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불법 녹음 사실을 알면서도 내용의 사실 여부를 명확히 취재하지 않은 채 녹음파일이 사실인 것으로 전제해 보도했다"며 언론의 자유를 남용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