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국영철도회사·재경부·델타항공 등과 협력

경영난으로 법정 관리를 받는 이탈리아 국적항공사 알리탈리아의 회생 작업에 세계적인 패션그룹 베네통의 자회사가 참여하기로 했다.

16일 코리에레델라세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알리탈리아의 최대 주주로서 이 회사의 향후 회생의 책임을 맡은 국영 철도회사 페로비에델로스타토(FS)는 15일(현지시간) 이사회에서 "알리탈리아의 영업과 관련해 향후 미국 델타항공, 이탈리아 재정경제부와 협력할 파트너로 아틀란티아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알리탈리아 항공 회생에 伊베네통그룹 참여 확정
아틀란티아는 베네통의 사회간접자본(SOC) 부문 자회사로 이탈리아의 고속도로와 공항 운영 사업 등을 한다.

FS는 당초 작년 10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알리탈리아의 인수를 위한 제안서를 제출했으나, 알리탈리아의 회생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감당하려면 자금력을 갖춘 확실한 협력 상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FS는 먼저 이탈리아 재정경제부와 미국 델타항공을 알리탈리아의 회생 작업에 끌어들인 데 이어 또 다른 파트너로 아틀란티아를 낙점했다.

이탈리아 건설·고속도로 운영업체인 토토,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라치오 구단의 클라우디오 로티토 구단주, 콜롬비아 항공사 아비앙카의 전 회장이 아틀란티아와 함께 알리탈리아의 회생 참여에 눈독을 들였으나, 고배를 마셨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FS와 아틀란티아는 알리탈리아의 지분을 각각 35%, 재정경제부와 델타항공은 각각 15%를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이탈리아 정부가 과반 지분을 확보해 이 회사는 국가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된다.

아틀란티아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인식되는 알리탈리아 회생 작업에 참여하기로 한 것에는 작년 8월 제노바 모란디 교량 붕괴 참사 이후 껄끄러워진 정부와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아틀란티아는 43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네바 모란디 교량 운영회사인 자회사 아우토스트라데 페르 리탈리아(이하 아우토스트라데)가 유지보수 의무를 소홀히 해 대규모 참사를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으며, 정부로부터 운영권이 박탈될 처지에 놓여 있어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은 아우토스트라데의 운영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아틀란티아가 이탈리아 정부의 오랜 골칫거리인 알리탈리아의 회생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한 측면이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알리탈리아 회생 작업의 주무 부처인 노동산업부의 루이지 디 마이오 장관은 "누구도 모란디 다리에서 43명이 희생됐다는 사실을 지울 수 없다"며 아틀란티아가 알리탈리아의 구제 작업에 참여한다고 해서 모란디 교량 사고에 대한 면죄부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원 1만1천여 명 규모인 알리탈리아는 저가항공, 고속철도와 경쟁에 밀리며 경영이 악화해 2017년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알리탈리아는 이후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9억 유로의 자금을 지원받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2002년 이래 수익을 내지 못한 알리탈리아의 회생을 위해서는 향후 인력 감축과 임금 삭감, 노선 개편 등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