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가진 건 집 한채뿐인데…" 30% 오른 재산세 고지서에 비명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더니, 은퇴 후 집 한 채 갖고 있을 뿐인데 세 부담이 너무 큽니다. 그렇다고 살고 있는 집을 내다 팔 수도 없고….” 서울 영등포구의 ‘당산 삼성래미안4차’(전용면적 84㎡)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모씨(58세)는 지난주 재산세 고지서를 받고 한숨을 내쉬었다. 작년 132만원이 나왔던 재산세가 167만원으로 26.5%나 올라서다. 지난주부터 서울 25개 자치구가 재산세 납부 고지서를 발부하면서 서울 전역에 재산세가 작년보다 20~30% 오른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올해 공시가격이 대폭 상승하면서 수십억원대의 초고가 아파트뿐만 아니라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의 중저가 아파트 재산세도 상한선까지 올랐다.
"은퇴 후 가진 건 집 한채뿐인데…" 30% 오른 재산세 고지서에 비명
재산세 상한선인 30% 상승 속출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7월 고지액 기준 서울시 주택 재산세 과세액 총액은 1조1849억원이다. 지난해(1조197억원) 대비 16.2%나 증가했다. 과세표준이 되는 공동주택과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각각 14.0%, 13.9% 상승하는 등 대폭 올랐기 때문이다. 자치구 중 재산세 과세액은 강남구(2962억원)가 가장 많다. 서초구(1944억원) 송파구(1864억원) 강서구(954억원) 영등포구(850억원) 마포구(766억원) 용산구(73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시 세무과 관계자는 “공시가격에 따라 재산세를 부과하는 만큼 공시가격 상승률이 높은 자치구에서 재산세를 많이 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재산세는 아파트 공시가격에 따라 세율의 상한선이 있다. 공시가격 3억원 이하는 전년 대비 재산세 인상률이 5%, 3억원 초과 6억원 이하 아파트는 10%로 제한된다. 반면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는 재산세가 최대 30% 오를 수 있다. 공시가격 9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종합부동산세까지 납부해야 한다. 집 한 채를 소유한 이의 보유세(재산세+종부세) 인상률 상한선은 50%다.

올해 공시가격이 15억400만원으로 작년 대비 22.1% 오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의 올해 재산세는 469만원으로 전년 대비 27.4%(101만원) 올랐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12㎡(공시가격 24억8000만원)도 작년 680만원에서 올해 847만원으로 재산세가 24.6% 상승했다. 공시가격이 올해 25.8% 오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의 재산세 상승률은 공시가격 상승률보다 높은 28.8%를 나타냈다. 용산구 한강로2가 용산푸르지오써밋 전용 152㎡도 재산세가 전년 대비 106만원 오른 462만원에 달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주요 단지의 재산세가 상한선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중저가 아파트도 대폭 올라

공시가격 3억~6억원대의 중저가 아파트도 재산세 상승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특히 올해 처음 공시가격 6억원을 넘은 주택들의 세 부담이 눈에 띄게 늘었다. 서대문구 북가좌동 DMC래미안e편한세상 전용 84㎡는 올해 공시가격이 6억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2.4% 상승하면서 재산세가 108만원에서 137만원으로 26.9% 올랐다. 동작구 상도동 상도두산위브트레지움2차 전용 84㎡도 공시가격이 5억3100만원에 6억2500만원으로 뛰면서 재산세는 122만원에서 157만원으로 전년 대비 28.7% 올랐다.

다만 노·도·강 아파트는 대부분 공시가격이 6억원 아래여서 재산세 상승률이 낮았다. 강북구 미아동의 송천 센트레빌 전용 84㎡는 공시가격이 작년 4억1200만원에서 올해 5억4000만원으로 31.1% 올랐다. 하지만 6억원 미만으로 재산세 인상률이 10%로 제한돼 재산세는 81만원에서 89만원으로 8만원 상승했다. 이들 지역의 재산세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하위권에 속한다. 25위인 강북구가 부과한 재산세는 213억원으로 1위인 강남구(2962억원)의 7.2%에 불과하다.

재산세 납부는 16일 시작된다. 재산세에 불만이 있는 집주인들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시 세무과 관계자는 “이미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 이후 집주인들의 이의신청 과정을 거친 만큼 추가로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질 여지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