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데려가고 범행 도운 어머니 집행유예…법원 "위험성 한계 넘어선 행위"
'귀신을 쫓는다'며 20대 여성에게 식용 소다를 다량 먹여 중독 증세로 숨지게 한 혐의로 승려와 무속인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들에게 딸을 데려가고 범행을 도운 피해 여성의 어머니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12부(김관구 부장판사)는 학대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승려 A(60·남)씨에게 징역 3년을, 무속인 B(57·여)씨에게 징역 2년을, 숨진 여성의 어머니 C(54)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12일 선고했다.

공소내용을 보면 C씨는 평소 건강이 좋지 않은 딸 D(23)에게 귀신이 들렸다고 믿고, B씨의 소개로 A씨가 주지로 있는 경남의 한 사찰을 찾았다.

A씨는 "귀신이 딸에게 붙어 있으니 쫓아내야 한다.

빙의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한 뒤, 의학적 방법이 아닌 미신을 동원한 치료를 하기로 했다.

이들은 2017년 12월 30일부터 2018년 1월 2일까지 사찰 법당에서 D씨 가슴과 배 등을 강하게 누르고, 피를 뽑는 부항 시술을 했다.

특히 구토를 통해 몸속에 있는 귀신을 나가게 한다며 물에 탄 식용 소다를 강제로 먹였다.

이들은 같은 달 3일부터는 B씨가 모시는 신에게서 '소다를 물에 타지 말고 가루 그대로 먹이라'는 계시를 받았다는 이유로, D씨 몸을 붙잡고 식용 소다를 숟가락으로 떠서 먹였다.

체력 저하와 고통을 호소하며 식용 소다를 거부하던 D씨는 결국 8일 오후 6시께 숨졌다.

검찰이 D씨 사인 분석을 의뢰한 결과 '소다 과다 섭취에 따른 탄산수소나트륨 중독'으로 확인됐다.

염기성 물질인 탄산수소나트륨은 대사성 산증 등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신체의 산-염기 조절 중추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과용량이 들어가면 대사성 염기증을 일으킨다.

대사성 염기증이 생기면 호흡 곤란, 저칼슘·저칼륨증 등 증상으로 졸음이나 경련이 발생할 수 있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애초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A씨 등의 치료 행위를 과실로 보고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D씨가 고통을 호소하는 데도 강제로 소다를 떠먹인 행위는 과실이 아닌 학대라고 판단, 학대치사를 적용해 A씨 등 3명을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 증상을 낫게 할 능력이나 자격이 없음에도 종교 행위나 치료행위로써 적정성이나 상당성이 전혀 없는 불법적·비합리적 방법으로 치료를 시도했고, 결국 사망하게 하는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있는 위험성의 한계를 넘어선 행위로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유족들에게도 심대한 고통과 상처를 남겼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다만 C씨는 어머니로서 딸 치료를 시도하다가 범행에 이르게 된 점, 피해자 아버지가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