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 통제 완화하는 대통령 서명…일각선 "안전 조치 미흡" 지적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자력 참사로 기록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지역을 관광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통신사 우니안(UNIAN)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원자로 추가 방호 덮개 가동식에 참석해 연설하며 일반인 관광객들의 체르노빌 원전 지역 출입을 수월하게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체르노빌 원전 반경 30km 지역은 사고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소개 구역'으로 묶여 있다.

출입을 위해선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우크라 대통령 "핵참사 체르노빌 원전 관광중심지로 만들 것"
젤렌스키는 "오늘 나는 소개 구역을 새로운 우크라이나의 성장 견인 지역으로 변모시키는 계기가 될 대통령령에 서명했다"면서 참사 장소인 체르노빌 원전에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겁을 줄 것이 아니라 이 지역을 학술 및 관광 중심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일반인들이 소개 지역으로 들어가기 위해 검문소 앞에서 긴 줄을 서거나, 현장에 도착해서야 출입 허가 신청이 거부됐다는 통보를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검문소 요원들이 뇌물을 받고 관광객들을 소개 지역에 몰래 출입시키거나 소개 지역 내 물자의 불법 반출을 허용하는 등의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소개 구역 내 사진 촬영 금지를 비롯한 다른 제한 조치들도 해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체르노빌 원전에선 사고 원자로를 덮어씌운 콘크리트 방호벽 위에 추가로 설치한 철제 방호 덮개가 가동에 들어갔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과 다른 서방 국가들의 지원을 받아 금이 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 기존 콘크리트 방호벽 위에 100년을 버틸 수 있는 추가 철제 방호 덮개를 설치하는 작업을 2010년부터 벌여왔다.

지난 1986년 4월 26일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는 방출된 다량의 방사능 물질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원전 인근의 생태계를 송두리째 파괴한 최악의 참사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9천명이 숨졌다.

하지만 벨라루스 연구자들은 방사능 물질에 노출돼 암에 걸려 숨진 사람들을 포함하면 재난 사망자가 11만5천명 정도라고 평가했다.

지금도 체르노빌 원전 지역에선 출입 허가를 받은 일반인들의 관광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체르노빌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 측은 "지난해 관광객이 7만명이었으며 올해는 1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광객의 90%가 미국과 유럽 출신 외국인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사고 원전 지역의 안전 조치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반인 관광을 확대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 대통령 "핵참사 체르노빌 원전 관광중심지로 만들 것"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