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데프네 아야스·나타샤 진발라 간담회
"키워드는 치유·항거·재정립…5·18 40주년 어떻게 녹일지도 고민"
AI부터 무속까지…내년 광주선 광대한 '지성'의 그물 친다
2년마다 열리는 국내 최대 국제미술제인 광주비엔날레가 내년 행사에서 '지성'의 광대한 영역을 살핀다.

2020광주비엔날레 공동 예술감독인 나타샤 진발라와 데프네 아야스는 11일 서울 광화문 기자간담회에서 "인텔리전스라고 하는 것을 예술과 과학, 정신과 물질, 원주민 등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듀오로 자주 활동하는 이들은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처음 실시한 제안서 공모를 거쳐 지난 3월 예술감독으로 선임됐다.

이들은 동시대 예술 흐름을 소개한다는 차원을 넘어, 과학·기술·종교·철학을 통해 지성의 다양한 면면을 살피면서 이 시대 문제를 담아낸다는 구상이다.

최첨단 신기술인 인공지능(AI)부터 샤머니즘까지 아우른다.

"인텔리전스가 요즘 화두이지만 앨런 튜링(영국 수학자)이나 실리콘밸리, 로봇 인류학 등 역사적인 측면에 치우쳤지, 대안적으로 바라보는 논의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잊었거나 억눌러온 지성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야스)
이들은 지성을 탐구하는 과정의 열쇳말로 치유·저항·재정립을 꼽았다.

진발라는 "치유·저항·재정립이라는 세 가지가 우리 삶과 제도 안에 어떻게 각인됐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라면서 "가령 페미니즘만 해도, 현대뿐 아니라 원주민 역사까지 훑으면서 (페미니즘에) 어떻게 잠식됐는가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AI부터 무속까지…내년 광주선 광대한 '지성'의 그물 친다
저항이라는 열쇳말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광주가 겪은 시간과 연결된다.

내년은 광주비엔날레 창설 배경이 된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이기도 하다.

진발라는 "5·18과 민주주의 문제를 어떻게 녹일지도 중요한 사안"이라면서 "1980년대에 광주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저항 운동이 있었던 점을 의식하면서 그와 관련된 분들을 행사에 모시려고 한다"라고 강조했다.

1차 연구·조사차 사흘 전 방한한 두 사람은 국립광주박물관, 광주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민속박물관 등 지역의 주요 미술 기관을 방문했다.

무등산, 양림동, 전일빌딩, 무각사 등지도 둘러봤다.

이들은 근대 기독교 유적이 많은 양림동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 특히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저항과 항거의 역사를 겪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여러 대안적인 시도가 있었던 광주에서 비엔날레가 열리는 데 의미를 느낍니다.

이번 행사는 전시뿐 아니라 출판과 학술행사, 라이브 프로그램 등 다이내믹하게 진행할 생각입니다.

"(아야스)
인도 출신 젊은 기획자인 진발라(33)는 독일 베를린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 협력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며 아시아 저항 운동을 다룬 전시를 여러 차례 기획했다.

모스크바 사립미술관인 V-A-C 재단 총괄큐레이터인 아야스(42)는 베네치아비엔날레 터키관 큐레이터 등 다수 비엔날레를 거친 중견 기획자다.

13일 출국하는 이들 감독은 9월 다시 방한해 참여작가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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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